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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일지]

[유방암 일지] 케모포트 제거 시술 기록_#영원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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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달력]


22.12.1. (목)

케모포트 제거 시술은 삽입 시술을 받았던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받는다.
금식은 따로 없었고, 시술은 오전 10시 30분 예약이었지만 2시간 전에 도착해서 채혈해야 했다.

8시 10분에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수가 90명이었다.🤷‍♀️
40분 정도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돼서 채혈하고 다시 차로 갔다.

차에서 좀 쉬다가 9시 50분쯤 나와서 제거 시술받는 1동 지하 1층 MRI실로 갔다.
접수하고 병원복으로 환복하고 대기 의자에 앉았는데 앉자마자 바로 내 이름을 호명하셨다. (10시 5분쯤)


예약시간이 10시 30분이라 이렇게 일찍 들어가게 될 줄 몰랐는데..
보호자로 왔던 아빠한테 폰을 맡기고 간호사 선생님 따라서 얼른 들어갔다.
엄청 폭이 좁은 침대에 누웠고, 커튼 쳐주셨는데 설마 여기서(수술 전 대기실 같은 곳) 시술받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셨다.


케모포트가 있는 오른쪽에 병원복을 약간 내리고 흰 천으로 덮고 그 위에 또 천을 덮고 그랬다.
천이 얼굴을 다 가리기도 하고 얼굴을 반대편으로 조금 돌리고 있어서 느낌으로만 상황을 짐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술 진행하러 파란색 위생 모자랑 위생복을 입으신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달그락 달그락 수술도구 준비하시는 소리가 들렸고(ASMR 재질), 선생님이랑 스몰 톡도 나눴다.
케모포트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 조직이랑 유착이 심해서 떼어내는 데 오래 걸리고 나중에 좀 더 아플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삽입 시술 때와 같은 부위를 째서 할 거라 아무는 데 조금 더딜 수 있다고 하셨다.

국소 마취주사를 놓고 시술을 하는데, 삽입 시술 때 마취 주사가 꽤 불쾌했던 기억이 있어서 몇 방 놓는지 물어봤더니 3~4방이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5방 놓으심)

 

 


이제부터 아주 생생한 케모포트 제거 시술 후기 시작 👇
개인적인 느낌으로 잇몸 마취주사보다 더 아프다. 바늘로 찌를 때가 아픈 게 아니라 주사액이 들어갈 때 느낌이 최악.
느낌 상으로 주삿바늘을 한번 꽂고 그대로 마취액을 쭉 주입하는 게 아니라, 바늘로 실뜨기하는 느낌? 쑤시는 느낌? 이랄까.
(긴장 풀라고 말씀하셨지만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잔뜩 긴장되고 경직되어버린 몸,,)

약간 항생제 주사 고통이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탄식이 낮게 흘러나왔고 손가락 꼬집으면서 참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술이 시작되었다.
칼로 째고 쑤시고 벌리고 하는 게 큰 고통은 없지만 느낌은 있다.

최대한 긴장을 풀고 생각을 분산시켜 보려고 손가락 계속 꼬집고 머리로는 열심히 구구단을 외워 재꼈다.

시술하는 과정은 툭탁툭탁 뿍빡뿍빡 인데 내가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이걸 표현하는 게 한계가 있네..

시술 느낌을 비유하자면,
나무(=내 몸)에 엄청나게 오래된 완전 큰 대못(=케모포트)이 박혀있는 데 그걸 엄청 큰 망치로 뽑으려고 상하좌우로 엄청 흔들어 재끼고 힘껏 당기고 나무를 세게 미는 느낌?!
쇄골 쪽까지 연결되어 있던 와이어를 빼는 것도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이 "다 제거됐어요"라고 말씀하셔서 '이제 끝이구나'했는데 지혈하는 시간이 째고 케모포트 제거하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걸렸다.
그리고 뭔가 꿰매는 느낌도 났다. 내 생각에는 안에 박혀 있던 포트를 제거하면서 찢어진 근육층(?)을 녹는 실로 꿰맨 게 아닌가 하는 내 뇌피셜.


또다시 꾹꾹 누르면서 열심히 지혈해 주셨고 마지막으로 피부는 의료용 피부접착제(주성분이 Cyanoacrylate으로 소독은 따로 필요 없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탈락됨)로 마무리해 주셨다.

마취주사는 언제 풀리냐고 물어보니 이제 곧 풀릴 거라고 하셨다.
삽입 시술할 때 당일 너무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혹시 이따가 너무 아프면 타이레놀 먹어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먹을 정도로 아프진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포트랑 조직이랑 유착 심했는지 물어보니,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포트 7개월 차)
한 1년 정도 되신 분들이 유착이 심한 편이라고.

시술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옷이랑 정리해 주시면서 샤워는 내일부터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 끝나고 나오니 10시 35분이었다.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딱 30분이 걸렸지만 시술 시간만으로는 20~25분 걸렸을 것 같다.

환복하고 추가 수납하고(접착제 비용이 추가로 있음) 차 타고 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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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간단하게 점심 먹고 딥 슬립 했다.
저녁 먹고 나서 붕어빵이 너무 당겨서 엄마 아빠한테 "붕어빵 파는 곳 어디 있지?" 물어봤는데 10분 거리에 있다고 해서 엄마랑 마실 다녀왔다.

안타깝게도 슈는 품절쓰..

팥 붕어빵으로 2천원 어치 사서 옴뇽뇽 먹으면서 왔다.

케모포트 삽입 시술받았을 때에는 본격적으로 항암을 시작할 때쯤이었으니까 기분이 조금 우울했는데 그래도 제거 시술은 내 몸에서 빼내는 거라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술은 많이 아팠지만 금방 끝난다고 주문을 외우니까 진짜 금방 끝난 것 같기도.

아 그리고 오늘 아침에 찍은 마지막 작별 샷.🤳

그동안 독한 항암제로부터 내 혈관 잘 지켜줘서 고마웠고 그래도 우리 다시는 절대 보지 말자.🤙

시술한지 14시간 지난 지금은 아직 꽤 욱신거린다.😥
토요일날 서울에서 약속있는데 금방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여덟 번째 미션 완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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