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31. (일)
지난주 금요일 파클리탁셀 12차 항암 후 입안에 역한 약기운, 막 같은 게 씌워진 느낌이 계속되었다.
차가운 음식이 계속 땡기는데 차가운 걸 먹고 있을 땐 그나마 괜찮다. 아무것도 안 먹고 있을 때가 그 역한 느낌이 세게 느껴진다. (항암 후 둘째 날이라 유독 심한 것 같다.)
변비가 또 발동하는 것 같아서 처방받은 마그오 약을 먹었더니 마법같이 금방 속이 편안해졌다.
변비약 원리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변비약도 다 같은 기전이 아니라 작용 원리에 따라서 종류가 나뉘는 것을 알게되었다.
마그오는 장에 수분감을 줘서 변을 무르게 만들어주는 원리이며 주성분은 산화마그네슘이다. 그리고 삼투성 하제 중에서도 염류성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변비약 중에 '마그밀'이라는 약이 있어서 오리지널과 제네릭 차이인가 해서 약학정보원(http://www.health.kr/)에 마그오를 검색해봤는데 대조약군이 없었다.
마그밀을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이 제네릭으로 두 종류 약이 더 나온다.
서로 대조약군이 아니라면 왜 이름이 비슷한데 다른 약인 걸까? 하는 궁금증에 좀 더 비교해보니 주성분이 달랐다.
마그오의 주성분은 산화마그네슘이고 마그밀은 수산화마그네슘이다. 변비약으로서 효과는 수산화마그네슘인 마그밀이 더 좋다고 한다. 같은 마그네슘이지만 분자구조가 달라 산화마그네슘이 체내 흡수율이 더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더 낮은 수산화마그네슘 (마그밀) 이 변비약으로서 효과가 더 좋다.
요새 자칭 투병 블로거로서 살고 있었는데 갑분 본업(=제약회사 직원)이 튀어나와 버렸다.
암튼 나는 마그오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았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
이날은 가볍게 계단 10층 오르기 정도만 했다.
22.08.01. (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케모포트 자리가 넘 욱신거렸다.
이날도 역시나 입에 향 없는 비누 물고 있는 듯한 역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두통도 조금 있었다.
양념돼지 갈비 먹고 싶다고 노래 노래 불러서 먹었는데 맛있게 먹지 못했다..(서운해~)
22.08.02. (화)
입맛이 돌아와서 좀 살 것 같았던 날.
아침에 새벽 배송이 왔는데 오기의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요새 엄마랑 주말에 챙겨보는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마카롱 집이 계속 나오는데 마카롱이 너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이렇게 깜짝 선물을 보내었다.
'널담'에서 판매하는 비건 마카롱인데 내가 좋아하는 뚱카롱이라 필링도 꽉 차고 일반 마카롱이랑 다를 바 없이 맛있었다. 냉동보관이라 냉동실에 넣어놓고 하루 한두 개씩 꺼내먹고 있다.
널담 (https://nuldam.com) 은 '더 나은' 성분의 디저트 류를 파는 곳이며, 모든 것을 better 하게! 가 슬로건이다.
마카롱 류에는 비건 마카롱뿐 아니라 락토 오보 마카롱도 있다. (오기는 락토 오보랑 비건 중에 비건이 더 당류가 낮아서 비건으로 주문했다고 했다.)
너무 맛있고 가격도 괜찮고 또 원료 및 영양성분 상세페이지도 있어서 믿고 먹을 수 있으니 완전 추천한다.
22.08.03. (수)
산부인과 진료와 혈액종양내과(혈종과) 진료 보는 날.
혈종과 진료 2시간 전에는 채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아래 순서대로 움직였다.
병원 도착 - 수납 - 채혈 - 산부인과 접수 및 진료 - 일반 주사실(루프린 주사) - <<점심>> - 혈종과 접수 및 신체계측, 진료
산부인과 진료 예약시간은 11시 20분이었지만 30분 정도 지연되었고 내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니 오늘 채혈한 검사 결과가 벌써 나왔는지 결과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지난번(7/14) 결과보다 빈혈 수치가 (헤모글로빈 8.7 → 7.9) 더 안 좋아졌고 항암이 밀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오늘도 루프린 주사(난소 보호 주사)를 처방받았고 주사 부작용으로 갱년기 증상 때문에 힘들겠지만 항암 하는 기간 동안에는 4주마다 맞아야 한다고 하셨다.
루프린 주 관련 상세 설명은 아래 포스팅 참고 👇
[유방암 일지] 난소 보호 주사(루프린)부터 5차 항암까지 1주간 기록
진료 끝나고 나와서 4주 후에 또 진료 예약을 잡았고 수납(처방받은 루프린 주사 비용)하고 일반 주사실로 가서 순번을 뽑았다.
지난번에는 대기시간 없이 바로 내 차례가 되었는데 이날은 30분이나 기다려서 맞았다.
채혈 결과가 더 나빠졌다는 상심과 긴 대기시간으로 기분이 안 좋을 대로 안 좋아진 상태에서, 점심 먹으러 1동 지하 1층 푸드코트 가서 햄버거를 먹으려고 했는데..
전량 소진. 서운하다!!! (´・ʖ̫・`)
그냥 버섯육개장 사 먹었다. (싹 비움.)
혈종과 진료 보러 암센터 가서 접수하고 신체 계측 먼저 진행했다. (6월 말에는 최저 몸무게 찍었었는데 이후 3주 간격으로 신체 계측할 때마다 1킬로씩 야무지게 살이 찌고 있다. 잘 먹어서 그런 듯 하다.)
내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로 들어갔고 이날 촉진은 없었다. 역시나 채혈검사 결과가 매우 안 좋다는... 내용이 주였다.
빈혈 수치(Hb)도 백혈구(WBC)와 호중구 수치(ANC)도 많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항암을 미루는 건 최선이 아니기 때문에 백혈구 촉진 주사와 수혈을 받으면서 이번 항암을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하셨다.
인지하고 있던 대로 이번부터 항암제가 AC로 바뀌어서 진료 끝나고 AC 관련 설명을 듣고 가야 한다고 했다.
백혈구 촉진 주사는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 한방짜리 40만 원 주사 (5 Day 지속 효과)
- 5회짜리 25만원 주사 (한방에 1 Day 지속 효과 / 1회 x 5번 x 5만원=25만 원)
나는 5회짜리 주사를 선택했다.
(저번에 맞은 것과 같은 류코스팀 주사였고 똑같이 자가주사로 처방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수혈과 항암은 내일 선착순으로 와서 받기로 했다. 수혈 전에 채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오늘 온 김에 해결하고 싶어서 채혈실가서 또 피를 뽑았다. 오전 채혈한 것과 합하면 피를 3통 뽑았다...
2.5주 간격으로 AC를 진행하자고 하셔서 다음 진료는 2.5주 후로 (8/22) 예약되었다.
진료실 나와서 수혈에 대해 설명 듣고 동의서에 사인하고, 새로 시작하는 AC 항암제에 대해서도 설명 듣고 동의서에 사인했다.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가 대표적이고 '탈모'는 TC부터 안고 가던 거고 '구내염'과 '방광염'도 눈에 띄었다. 구내염과 방광염은 예전에 겪어본 잘 아는 아픔이니 절대 방어태세를 잘 갖추자 다짐했다.
수혈 전 채혈은.. 절차가 복잡했다.
'일단 암센터 나와서 수납하고, 2동 5층 항암낮병동으로 올라가서 접수하고 팔찌를 찬 다음, 1동 1층 채혈실에 가서 채혈'
팔찌 차러 5층까지 갔다 오는 거다.. 엘베 잡기도 힘든데.. 그냥 내일 채혈할걸 그랬나 싶었지만 어차피 맞을 매(?) 빨리 맞자는 맘으로 이날 해버렸다.
(않이 오전에 뽑은 피로 한방에 검사하면 안 되나. 내 소중한 피.. 오늘 총 3통 뽑았는데 낼은 수혈을 받는다네.. 참 아이러니~)
아무튼 채혈하고 1동 1층 원내약국 가서 처방약 픽업하고, 미금역 근처 약국 가서 부작용 방지약들을 샀다.
원내 약국 처방약 - 에멘드 (항암 전에 먹는 구토억제제 125mg 있고, 항암 후 둘째 날 셋째 날 먹는 80mg 약 있음)
원외 약국 처방약 - 멕페란, 아티반 (에멘드 먹어도 속 울렁거림이 심할 때 먹으라함),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 란스톤(위보호제)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은 한 번에 먹어야 하는 알약이 8정이나 된다. (알약 포비아로써 심히 걱정되었다.)
약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러웠지만 부디 이 약들이 나를 부작용들로부터 지켜주길..
시간 맞춰서 놓아야 하는 백혈구 촉진 주사도, 식전 식후 각각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도 갑자기 많아져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서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항암이 밀리지는 않았지만 지난번 진료 때(7/14)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했던 것들이 더 나빠져서 우울했다.
솔직히 요새 너무 더우니까 가발은 무리고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쓰고 편한 추리닝입고 화장 1도 안 하고 그림자처럼 병원 외래 보러 나왔다가 지나가는 내 또래 여자 사람들을 보고 부러웠다.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나시나 원피스 입고 집게핀으로 머리 틀어 올리고 다니는 그냥 흔하게 보이는 평범한 여자 사람들.
나도 얼른 저런 평범한 일상으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다.
22.08.04. (목)
AC 1차 항암 하고 수혈받는 날.
선착순으로 받기 위해 항암낮병동에 도착했는데 수기 명단에 수혈 환자로는 내가 첫 번째라 8시 20분쯤? 금방 접수할 수 있었다.
TC 항암 때는 항암 1시간 전 구토억제제로 아킨지오를 먹었는데 AC 항암은 에멘드를 먹어야 했다.
열심히 약 까려고 누르는데 하도 안 나오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누르지 마시오라고 써져 있다.
한국인들 식당 들어갈 때 당기시오-미시오 안 읽는 거 비슷한 너낌. 😂
9시 조금 넘어서 병동 안에 내 자리로 가니 오늘따라 뭐가 많이도 적혀있었다.
간호사 선생님 기다리면서 하나하나 해석해보았다.
R X 2 👉 RBC 2팩 수혈
AC #1 👉 AC 첫 번째 주사
C-port 👉 케모포트 환자임
자가 Leucostim D2-D6 👉 자가 류코스팀 주사 처방이 있으며 둘째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 맞아야 함
오랜만에 창가 자리 당첨. 🖐
야무지게 얼음물이랑 두유도 챙겨갔다. (구내염 꺼져)
오늘 케모포트에 꽂는 바늘은 수혈 때문에 더 두껍다고 했다. 근데 세상 안 아프게 꽂아주셨다! ₍ఠ ͜ఠ₎
오늘 주사 순서는 ->>
부작용 방지약 - AC 항암제 - 수혈 - 헤파린 주사이다.
드디어 공포의 빨간약 AC가 들어간다.
맞으면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하고 종아리 뒤가 뻐근하게 당겼다.
지혜랑 실시간으로 카톡 하는데 당근주스라는 귀여운 표현을 썼다. 🥕
사실 AC 맞고 1주일간 생지옥 속에 살았어서 지금도 빨간약 사진은 정면으로 못 쳐다보겠다..
지금은 엄청나게 많이 괜찮아졌지만 AC 당일날부터 딱 1주간 정말이지 갤러리에 있는 저 빨간약 사진을 스쳐지나 보기만 해도 역겨움과 울렁거림에 토할 것 같았다.
AC 항암은 세포독성 항암제 중에서도 독하기로 유명해서 그런지 체온 체크와 혈압체크를 5번 넘게 한 것 같다. (TC 처음 할 때는 안 그랬음) 다행히 체온과 혈압은 계속 정상범위로 나왔다.
AC는 TC보다 주입 시간이 덜 걸렸다(총 1시간 소요). 항암제 주사가 끝나고 수혈이 시작되었다.
수혈은 처음 받아보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꽤나 불쾌한 느낌이었는데..(너무 차가움) '나한테 이로운 소중한 피이니.. 감사하게 생각하자'하면서 주문을 걸었다.
수혈도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부작용(두드러기) 등이 나타날 수 있어서 초반에는 빠르지 않은 속도로 시작했고 시간을 두고 속도를 높이면서 조절했다. 수혈 두 팩 맞는데 총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걸렸다. 사람에 따라서 속도에 차이를 두기 때문에 한 팩 당 1시간~2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수혈 2팩과 헤파린 주사(케모포트 연결된 정맥관 혈액 응고 방지 주사)까지 모두 끝나고 항암 조제실에서 류코스팀 자가주사 5일 치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08.06. (토)
이날부터 토요일까지 메모장 기록.
최악의 3일이었다.
방광염 안 걸리려고 물을 필사적으로 마셨다.
그리고 엄마가 사 오신 내가 진짜 좋아하는 물복숭아. 🍑
엄마 아빠 외출한 사이 맘스터치로 일탈을 꿈꿨으나 맛있게 못 먹어서 서운함만 잔뜩 얻었다..
요새 푹 빠진 환혼 보면서 냠.
저녁에는 아빠가 롯리빙수 사다 줘서 집에 있는 빙수떡이랑 우유랑 현미콘푸레이크 토핑 추가해서 냠.
TC 항암 할 때는 차가운 거 당겨서 빙수 좋아했는데 이상하다.. 약 냄새가 더 역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몇 입 못 먹고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ʖ̫・`)
AC 항암 부작용은 세상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입안에 역대급으로 역한 기운이 계속 맴돌면서 결국 코로 숨쉬기를 포기하고 입으로 숨을 쉬었고 계속 입을 벌리고 다녔다.
(안 그래도 요새 속눈썹, 눈썹도 점점 빠지고 얼굴도 까칠하고 딱 봐도 아파 보이는 애가 입까지 벌리고 있으니 더 아파 보였을 거다. 엄빠 지송)
물을 마시는 것이 너무 역겨워서 숨 참고 방광염 안 걸리려고 억지로 겨우겨우 하루 1L 이상을 마셨다. 울렁거림도 너무 심해서 몸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근 1주간은 너무 절망스럽고 무섭고 TC 항암 처음 그때처럼 눈물이 다시 났다.
TC 첫 항암 때 수포, 가려움증, 입안 매스꺼움, 근육통, 변비, 설사, 두피 뾰루지, 불면증, 두통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이었던 탈모까지. 겪을 만큼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첫 항암을 겪은 5월과 6월 초까지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특히 오기한테 전화 오면 늘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그 후로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나름 적응하고 부작용도 잘 다스렸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게 있다면 그건 유독 기복이 심했던 올해 여름 날씨가 8할이었을 거다.
새로운 항암제 AC 를 시작하면서 TC 항암 초기 때가 떠올랐다. (지금 또 괜스레 울컥)
그래도 AC 이후 가장 힘들었던 1주일을 버텨내고 지금 나는 이렇게 포스팅을 쓰고 있다..!
오늘 어떤 유방암 환우의 Vlog 유튜브를 보는데 마지막 항암 후 3개월이 지난 분이었다.
그분 영상에서 내 마음 속으로 콕 박혀서 기분 좋아지게 하는 몇 마디가 있었다.
막항 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항암제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아요. 탈모의 흔적 말고는 내가 항암치료를 받았었나 싶을 정도로 유방암 이전의 컨디션과 거의 동일해요.
젊은 유방암 환자는 암이 빠르게 퍼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는 듯하네요.
엄청나게 힘이 되고 독려가 되는 경험자 슨배님의 말씀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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