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8. (월)
항암 하고 온 날 이후 3~4일간은 젤 고통스러운 항암 부작용 데이다.
주말부터 계속 입안에 클렌징 오일 같은 거로 코팅된 느낌이 심했고 두통이랑 다리 관절통이 있었다.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두종류 맞고 온 주가 유독 더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제 거의 항암치료 반이나 지나왔다. (버텨보자구~ ٩ ⍤⃝ و )
오기 여름휴가 주간이라 이날은 남한산성으로 드라이브 다녀왔다.
두통도 있고 가발마저 짜증 나서(이유 없음) 기분 안 좋은 채로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Ta-Da! 🙊
내가 지난 주말에 먹고 싶다고 노래 불렀던 베라 애플민트다!
사르르 녹아버린 맘으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도착지는 남한산성 '카페 들'.
날씨만 아니었다면 아니 벌레만 아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나는 따뜻한 라테를 시켰는데 그냥저냥구냥기냥 So so 였다.
감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첨엔 야외 앉아있다가 벌레 때문에 못 참고 결국 2층으로 피신했다.
진작에 2층 올껄 했다. 에어컨 시원하고 사진 찍기도 좋고 평일이라 한적하고 조용해서 잘 쉬고 왔다.
그러고 보니 내 가방 아주 한 보따리네..
날씨는 푹푹 찌는데 예보에는 비가 있어서 바람막이, 손선풍기, 모자, 부채, 약, 티슈, 거울, 빗 등.. 아주 가지가지 담겨있다.
남한산성 왔던 만큼 다시 달리고 달려 다시 집으로~ 🚗
매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당겨서 차돌 짬뽕 먹고 싶다고 박박우겨서 중식집으로 갔다.
탕수육은 선택이 아니라 디폴트 값임. (내가정함)
먹고 싶던 차돌 짬뽕 먹긴 먹었다. (입안 상태가 메롱이라 생각했던 맛만큼 맛있게 먹진 못했다. 그럼에도 싹 다 비웠다지)
22.07.20. (수)
지난주 목? 금?부터 큰 거 소식이 없더니... 인생 최대 변비 대첩을 겪게 될 줄이야..
태어나서 첨으로 겪은 역. 대. 급.변비 때문에 울기도 엄청 울었다.
심지어 변기도 막혔다. (우리 집 변기 막힌 거 처음 봄.) 그것도 휴지나 이물질 땜이 아니라 딱똥때문이라니.
큰 것도 아니고 진짜 너무 딱딱한.. 모랄까 딱딱한 주먹 같았다. Like 꼬마돌.
나 변비인가? 하기 전에 닥쳐버린 일이라 눈물을 닦고 변기를 해결하고 예전에 처방받은 변비약 마그오를 먹었다.
(마그오 먹으니 한방에 해결. 이후론 부드럽게 잘 보는중이다. ′ᴗ‵)
엄마가 변비에 좋다는 키위도 한팩 사 오고,
(이날 이후로 우리 집에 키위가 끊기지 않는다. 울 엄마 얼마나 시달렸으면..)
운동부족도 문제인 거 같아서 1시간 동네 산책하고 10층 계단 오르기도 했다. (천천히 오르는데도 너무 어지러움 😥)
앞으로도 더운 시간 피해서 걷는 건 꾸준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저녁식사에 올라온 양배추쌈이랑 브로콜리도 열심히 먹었다.
22.07.21. (목)
스펙터클 어드벤처 같던 지난 날의 변비 대첩 사건이 이제는 무용담처럼 말할 수 있는 기분이 되어서 몇몇 친구들한테 말했다. 그랬더니 주변에 이렇게 변비 선배님들이 많을 줄이야..
좌욕을 초초 강력추천받고 네이버에서 좌욕 대야를 주문했다.
(판매처 이름도 똥꼬샵이다.)
케겔운동과 좌욕만이 내 동고를 이전으로 되돌려놓을 유일한 방법! 열심히 써야지.
오늘은 오기랑 수원 AK몰 내에 있는 '스모어마켓'이라는 디즈니 굿즈샵&카페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토이스토리도 보이고 몬스터주식회사도 보였다.
아기자기한 거 보기만 해도 기분 좋다. ʕ•ᴥ•ʔ
나는 아아 연하게~
사실 이날 진짜 목적지는 AK몰에 있는 CGV 였다.
토르 러브&썬더 영화 보려 했는데 이날이 딱 외계인 개봉날이라 토르 관이 다 빠져서 시간대가 하루 2개뿐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여기기까지 왔다.
가볍게 보려고 했던 토르는 가볍게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시작하자마자 토르의 지구인 여자 친구 제인이 4기암으로 나온다. 이런 스토리인 줄 몰랐어서 너무 당황스럽고 속이 불편했다. 그 씬부터 해서 제인이 토르한테,
" I have cancer. "
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너무 벌렁거리고 뜨거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제인이 결국 그 암 때문에 죽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저녁 먹으러 가서 오기가 영화 얘기를 꺼냈다.
그런 내용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보자고 안 했을 텐데..
나도 영화 초반부터 그런 장면이 나와서 당황했는데..
내가 암에 걸리기 전에는
암이 죽음과 관련된 설정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거 볼 땐아~무 생각 없었는데
오늘 영화 볼 땐 보기 불편하고 속이 너무 울렁거렸어...
근데 지금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암이든 다른 병이든 아님 노화로 인한 죽음이든
죽음으로 가는 여러 소재들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래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야지..!
대충 요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통해 나 스스로 진정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저녁은 '훠궈야'에서 훠궈 세트 냠.
꿔바로우는 디폴트 값이라고요. ٩(๑❛ᴗ❛๑)۶
담에 또 먹으러 오고 싶은 맛이다.
집에 와서 엄마가 영화 잘 봤냐고 물어보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나도 몰랐는데 줄거리가 여자 주인공이암 걸려서죽더라~라고 말해버렸다..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말 딱 한 문장에 엄마가 너무너무 너무 놀라셔서 몸이 이상하다고 물 떠 다 달라고 하셔서 호다 다다다다 물 한 컵 떠서 가져다 드렸다.. 다행히 금세 진정되긴 하셨는데 진짜 내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다.
아니 시간을 5분 전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하구 간절히 바랐다. 진짜 이놈의 입방정.
암이란 것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픈 상처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걸 쓰면서도 눈물 또르르 rr..
22.07.22. (금)
파클리탁셀 11차 항암 하는 날.
아빠가 병원까지 데려다주시고 이따가는 오기가 데리러오기로 되어있었다.
8시 10분쯤 병실 들어가서 부작용 방지약이랑 수액 먼저 맞고 8시 50분쯤 항암제 주사 시작.
다음 주 항암 예약하고 맞는 내내 딥슬립 했다.
다 맞고 나와서 너무 힘이 없었다..
어제 회사에서 휴직계 문제로 전화를 받아서(그러고 보니 어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필요한 서류 때문에 수납처며 이곳저곳 열심히 물으러 다녔는데,
내가 만난 3명의 직원 중 세 번째 직원의 불친절함에 무너져 내려버렸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한 첫 번째, 두 번째 직원도 있었으니 그분들 생각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끝나고 오기가 데리러 와서 '삼동소바'에 냉메밀을 먹으러 갔다.
하나는 돈가스 세트로 하나는 그냥 냉메밀로 시켜서 나눠 먹었다.
세트로 2개 주문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다음에 또 가야지~)
맛있게 먹고 카페는 역시 행궁동~ =333
주차하고 뒤돌자마자 바로 앞에 보이는 카페 '우인'으로 들어갔다. 3분 이상 걷기 힘든 날씨. 😓
22.07.23. (토)
으아 또 시작되는 역겨운 입안 코팅된 느낌..
엄마랑 집 근처 공원 둘레길 걷기 운동하고 장 보고 왔다. 오르막길이나 계단 오를 때 머리 골이 너무 울렸다.
체력이 그지가 되어가는 것 같아~
<<계속되는 항암 부작용, 불면증, 갱년기 증상 때문에 성격이 갈수록 몹시 더러워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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