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유방암 일지] 3차 항암 기록_#세상서러운 항암부작용=탈모

v2ryrosy 2022. 6. 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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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달력]


 


22.05.23. (월)
파클리탁셀 3차 항암 날

여기서 잠깐! 분당서울대병원의 항암낮병동 예약 시스템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자면,
나는 항암 1차때 교수님 진료 후 예약 없이(예약이 다 차서 불가) 선착순으로 항암병동가서 직접 번호표 뽑아 접수했고,
2차 때는 케모포트 시술이 있던 터라 예약 없이 시술 후 바로 항암낮병동 이동 후 항암주사를 맞았다.(따로 접수 x)
그리고 이번 3차는 지난주 2차때 예약하였다.
항암낮병동 예약은 보통 1주일 전에만 받는 것 같다. (그다음 차수, 다다음 차수까지 예약은 안 해주는 듯)
그리고 혈종과 교수님 진료일 기준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차주 5/30 (월) 교수님 진료가 예약되어 있는데, 교수님 진료를 마친 후 다시 항암 1차때와 마찬가지로 (도돌이표처럼) 선착순으로 당일 접수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 항암 후, 병원 내 1동 지하 3층에 위치한 미용실에서 쉐이빙을 할 계획이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층 안내도]



근데 어젯밤 잠에 들기 전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머리를 밀면 다시 지금과 같은 길이의 머리를 갖게 될 때까지 2~3년이 걸릴 텐데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보내줘도 괜찮은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된 너낌... (´・ʖ̫・`)
어떻게 하면 마음의 준비가 될까 고민하다 셀프 사진을 남기기로 결정!

그동안 칭구들이나 남자친구랑은 셀프 사진관에서 몇 번 찍었지만 혼자서만 찍은 적은 없었다.

 

집 근처 셀프 사진관을 알아보고(월요일 휴무라 화요일로 예약), 코디랑 포즈도 미리미리 준비.
화요일 사진 찍고나서 집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보내주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래서 오늘은 머리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감지 않고 모자를 쓰고 갔다.


케모포트 삽입술한지 딱 일주일이 경과했다. 통증은 거의 없어졌지만 포트 자리에 주사를 꽂는데 너무 아팠다.
심지어 항암제들어가는 동안에도 통증이 있었다.
(나 이대로 괜찮은건가 싶었다..
지난주에는 그냥 팔안쪽에 주사 맞는 것과 같은 정도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서러워..)

오늘도 부작용 방지 주사를 먼저 맞고 파클리탁셀을 맞았다.
근데 항암제 들어가기 전 부작용 방지 주사를 맞을 때 오히려 더 속이 울렁거리고 입과 코에 화학약품 냄새가 맴돈다.
내 몸 안에서부터 풍겨오는 역한 약품 냄새.
지금은 얼음 같은걸 먹으면 다스릴 수 있는 정도인데 나중에 AC 항암을 들어갈 때가 걱정이다.
TC보다 독하고 오심과 구토가 심하다던데...


하지만 이내 딥슬립. 주사가 다 들어간 후 하얀 밴드를 붙여주셨는 데 내일 떼라고 하셨다.

 


 

22.05.24. (화)
셀프 사진 예약 / 삭발 Day
머리를 감는데 진짜 머리카락이 호로로로 빠진다. 최대한 자극 없이 살살 감았는데도.
진짜 그냥 별 감정 없이 신기했다.

[혐짤은 작게] 머리감을 때 / 말릴 때

항암 전에는 머리를 빗거나 뽑을 때 딱 그 두피에서 빠지는 느낌이 든다 한다면,
항암 후 탈모는 그냥 후루루루 호로로로 이런 느낌이다. 바람 불면 빠지는 느낌?
머리를 말릴 때는 더 많이 빠졌다. 진짜 드라이기 바람으로 호로로로~~~ 빠지는 느낌.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빠져서 옷에 묻는다. 진짜 가관쓰. 길을 걸을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그래도 나는 원체 머리숱 부자라 티 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평일이라 앞뒤 예약이 없었는지 기본시간 15분보다 더 여유 있게 찍게 해 주셨다. ( ͡° ͜ʖ ͡°)
그리고.. 이 날찍은 사진 大만족.


성공적으로 셀프 사진을 마무리하고 이제 진짜 머리카락 보내주는 일만 남았다.


저녁 먹고서 엄마와 같이 미용실 가려고 나왔는데 쩡아가 퇴근하고 함께하겠다며 미용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예약 없이 급작스럽게 들어간 미용실에서 크게 놀라진 않을까 그래서 혹시나 내가 상처받진 않을까(나는 소중하니깐~)

조금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아주 친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맞이해주셨다. (소소하게 감동)

엄마랑만 왔으면 왠지 슬픔만 가득했을 것 같다. 다행히 쩡아의 존재가 나를 덜 속상하게 했다.(?)
(위로 같은 말로서가 아닌 그냥 존재 자체로 그랬달까)
엄마는 뒤쪽 의자에 앉아서 속상함에 아주 작게 흐느끼는 소리를 냈던 것 같은데,
쩡아는 그 옆에 서서 되게 당당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꿋꿋이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었다. ㅋㅋㅋㅋㅋ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ㅋㅋ 그래서 뭔가 웃겼다.

 


머리를 미는데 보통 유튭에서 보면 귀 쪽이나 목 뒤쪽부터 이발기로 밀기 시작하던데 나는 앞머리 정가운데부터 밀렸다.
진짜 상상도 못 한 전개.

너무 당황스러워서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반 정도 밀 때부터 한쪽 눈을 살포시 떴다.
눈물은 안 났는데 내 시력이 0.4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빨리 끝났다.
후딱 밀고 후딱 감겨주시고 수건으로 톡톡 하고 끝이 났다. 내 머리털 순삭.


이렇게 1차 항암 후 15일 만에 빡빡이로 다시 태어났다...

다 밀고서 쓰고 왔던 버킷모자를 쓰고 정아랑 카페에 갔다. (엄마는 집으로 가셨다)
유방암 소식을 알리고서 처음 만나는 거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나누었다. 선영이랑 영상통화도 했다.

카페에서 실컷 수다 떨고 집으로 돌아오니 생각보다 기분이 괜찮았다.
아빠한테도 빡빡머리 민둥산을 보여줬다.

집이지만 뭔지 모를 민망함에 계속 모자를 썼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22.05.25. (수) ~ (현재 진행 중)
탈모라는 부작용이 이렇게나 씨게 타격감이 올지 몰랐다.
눈에 보이는 상처나 느껴지는 통증이 젤로 힘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근데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한 주 동안 감정이 오락가락하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고 심지어 지금(6월)까지도 울컥하면서 바로 수도꼭지가 틀어진다.
원래 없던 자신감도 바닥을 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진짜 세상 초라한 느낌. 그리고 진짜 인간은 머리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ʖ̫・`)

'머리는 다시 자란다!!!'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 다잡기를 한다. 그러면 다시 금방 괜찮아진다.

 

 


 

22.05.28. (토)
홍대로 가발 보러 간 날.

사실 지지난주 토요일(5/14)에 먼저 다빈이랑 홍대에 가발을 보러 갔었다.
그전에 가발을 많이 알아봤는데 박승철 위그 스튜디오는 나에겐 가격대가 너무 높은 것 같았다.
패션 가발에도 인모가 나오는 것을 알았고, 항암 환우들도 패션 가발도 많이 추천하길래 홍대에 매장이 있는 핑크에이지와 가발나라를 가보기로 했다.
차로 우리 집까지 픽업해서 홍대까지 직접 운전해서 데려가 주는 내 친구,, 진짜 의빼시(의리 빼면 시체) S2
(엄마가 나중에 완치되고 친구들한테 다~~ 보답하라고 했다. (*゚ー゚) ゞ 정말로 친구들 덕분에 힘이 난다 힘이나)
두 매장을 돌고 가발나라 인모로 결정했는데, 당일 스타일링(컷팅)은 불가해서 무료 쉐이빙과 스타일링을 5/28(토)로 예약했었다.
(하지만 그전에 머리가 호로롤로로 해서 못 참고 미용실 가서 밀어 벌임)

 

 

암튼 이렇게 해서 오늘도 다빈이가 집 앞으로 데리러 와 서 편하게 차 타구 홍대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청량감 넘치는 선물 S2.

[Link_http://byemypie.kr/]

가발나라에는 인모 종류가 많았다.
(핑크에이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인모 가발이 없어서도 있고, 매장 직원이 불친절했다. 가발나라는 매우 친절쓰)
우선 3개 정도 고르고 착용해본 뒤, 미디엄 레이어 C컬펌 100% 인모 (내추럴 블랙/S size)로 결정하고 컷팅을 했다.
(정가 68만원에서 항암 환우(진단서 확인) 30% 할인받아 47만원대로 구매)

앞머리, 옆머리 자연스럽게 내주시고 친절하게 대화 나누면서 커팅했고 고데기로 스타일링까지 해주셨다.
원래의 내 머리스타일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로 고른 거라 이질감은 적었는데,
사실 가발을 조금 앞쪽으로 착용한 느낌에 이마가 좁아 보이면서 가발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하루 뒤, 집에서 가발 착용 연습하면서 원래의 내 이마라인대로 착용을 하는 게(아주 조금 더 뒤로) 더 자연스러운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 제대로 착용하니 앞머리가 짧똥 해진 느낌이 났다.
매장에 전화해서 A/S가 되는지 물었더니 상담 후 커팅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앞머리 부분 인모만 다시 재가공이 될까 그런 기술이 있을까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했는데. 휴.......(´・ʖ̫・`)

(핸드폰이나 에어팟같은 전자기기도 1년은 무상 A/S가 되는데. 이렇게 비싼 가발은 안된다니.. 속상했다..
머리털 없는 것도 속상한데 나름 거금을 주고 산 가발이 완벽히 빈자리를 100%의 만족감으로 채워주지 못하니까 더 속상)

아무튼 그래서 갑자기 가발 쇼핑을 마구 하게 되는데.. ( ͡° ͜ʖ ͡°)


이날은 민머리에서 4일 만에 드디어 가발이 생겨 보통 사람처럼 돌아다닌 날이라 기분이 제법 좋았다.

(이전엔 모자 쓰고 산책만 다녔다. 이번 주에 특히 바람이 심해서 너무 신경 쓰였다.)
다빈이랑 맛있는 점심도 먹고~

(맨날 엄마가 정성으로 차려주는 암 박멸 건강식으로만 먹다가, 작지만 소중한 일탈 같은 느낌. 양심상 돈가스는 조금 남겼다.)

돈까스냉모밀

지지난주 홍대 왔을 때 다녀갔던 카페가 너모좋았어서 또 왔다.

[바이앤드커피]

 


이날 저녁에는 오빠랑 새언니가 두 손 무겁게 날 보러 왔다. (유방암 소식을 알린 후 처음 만난 날)
언니가 너무나 예쁜 꽃다발을 선물로 줬다. ٩(๑❛ᴗ❛๑)۶
꽃가루 제일 덜날리는 꽃으로 고르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 거실에 두라며 꼼꼼하게 챙겨줬다.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도~

[구황작물 디저트] JMTGR !!!

이 외에 귀여운 메모장들이랑 버킷햇이랑 항균 물티슈랑 이것저것 쇼핑백 한가득 챙겨 왔다.

 


 


22.05.29. (일)
이번 주 중반부터 손, 발 두드러기는 줄어들었고 수포가 났던 자리는 딱지가 올라왔다.

[혐짤은 작게~]


가려움은 아직 조금 남아있는 상태. (얼른 가려움도 없어지길~)
손등이 너무 흉해서 안 그래도 떨어진 자존감은 더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듯했다..

이번 주는 설사 조금 하다가 정상적인 응가 모양으로 돌아왔다. 휴~ ٩(ˊᗜˋ*)و
이것 말고는 큰 부작용은 없었다. 파클리탁셀 3차 후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걸로..!

이렇게 3차 항암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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