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유방 부분절제술&림프절 절제술 기록(1)
[유방암 일지]의 포스팅은 투병 기록을 위한 일기 형식(어쩌면 불친절할 수 있는) 글이지만,
혹시나 비슷한 상황으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서두에 주요 사항을 정리했다.
✔ 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 수술명: 유방 부분 절제술&림프절 절제술
(Breast-conserving surgery (left/ with 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
✔ 수술 날짜: 22/10/19
✔ 입원 기간: 22/10/18 ~ 22/10/20 (2박 3일)
✔ 입원 병실: 2인실 1박, 5인실 1박
(1순위로 2인실을 희망했으나 외과 병동 자리가 부족해서 하루는 5인실 이용)
✔ 총 병원비: 144만원대 (수술 범위, 재료대, 검사비 등에 따라 개인차 있음)
22.10.18. (화) 수술 D-1 (입원 당일)
오전에 유방외과 진료가 있어서 입원 안내 문자가 오기 전에 먼저 병원에 도착했다.
10월 7일 받았던 수술 전 상태 확인을 위한 정밀검사 결과를 들었다.
MRI 상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고 부분 절제술(유방 보존을 위한 수술이기 때문에 '유방 보존술'이라고도 함)로 진행할 것이라고 하셨다!
암 진단 당시 침윤성 유관암으로 가장 큰 암은 2.9cm이고 그 주위에 위성처럼 작은 암 종양이 분포해서 총 범위는 5.6cm 정도 되었고, 겨드랑이 림프 전이는 2개(+내유 림프 전이 1개)가 있었다.
(유방암 진단 당시 포스팅은 링크 참고) 👉 [유방암 일지] 혈액종양내과 첫진료와 1차 항암 기록
그래서 16차 선항암 치료 동안 유방외과 진료를 6주 간격으로 볼 때마다, 교수님은 '전절제'를 할 수도 있고 항암 효과가 좋으면 '부분 절제'를 할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셨다.
심지어 정밀검사 전 마지막 진료에서 까지도 정밀검사 결과에 따라 부분 절제vs전절제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하셨다.
근데 부분 절제술로 진행하자고 하시니 기분이 무야~호~
그리고 겨드랑이 림프절도 일부 떼어낼 거라고 하셨다.
모니터로 암 진단 직후 MRI 사진(선항암 전)과 최근 MRI 사진을 비교해서 보여주셨는데 첫 MRI 상으로 보이는 림프 전이는 꽤 커 보였고 최근 MRI 상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분명히 일부라고 했으니 나는 감시 림프절 생검술을 한다고만 철석같이 생각했다.
(이날 밤 주치의 선생님 만나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수술 다음날 배액관을 달고 퇴원하게 될 거라고 하셨고 수술 결과까지는 2주가 걸리기 때문에 수술하고 2주 후 외래 진료 때 보자고 하셨다.
진료 마치고 수납하고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에 입원 안내 문자가 왔다.
1층 입·퇴원·수납창구에서 입원 수속하는데 보호자(엄마)는 1시쯤 온다고 하자 그때 보호자와 함께 다시 오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지금 입원 수속하는 것과 1시에 하는 것에 달라지는 게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해서 안심하면서 점심 먹으러 갔다.
재택근무하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 오기를 만나서 마지막 만찬으로 KFC 징거버거(My choice)를 먹었다.
(나는 진짜 딱! 징거버거(+생수)만 먹었고, 다른 버거 세트+콘 샐러드는 오기가 먹었다. 양심 매우 있을 有)
그 사이 엄마가 오셨고, 커피 3잔 테이크아웃하고 엄마와 나는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오기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수술 전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엄마와 함께 1층 창구에서 다시 입원 수속을 했다. 그리고 같은 층 대각선에 위치한 병원생활 안내센터에서 병원생활 관련 안내를 받고 배정된 병동이 있는 7층으로 올라갔다.
7층 76병동 2인실로 배정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는 외과 병동이 아니고 신경과? 병동이란다. 외과 병동이 없어서 첫째 날은 신경과 병동에서 자고 다음날에 외과 병동인 75병동으로 옮겼다.
배정받은 2인실은 정말 너무 좁았다.(나중에 5인실을 겪고 이건 양반이었음을 알게 됨)
그래도 2인실 화장실이 따로 있는 건 좋았다.(5인실에도 화장실 있음)
보호자용 간이침대 뒤쪽에는 미니 냉장고와 서랍장이 있다.
저녁 기다리면서 엄마가 가져온 샤인머스켓도 먹고, 수술받을 왼쪽 손목에 채혈 금지 혈압 측정 금지 팔찌를 찼다.
저녁은 6시 반 쯤 나왔고 일반식을 먹었다. (맛없을 무 無)
저녁 8-9시쯤 오른쪽 팔에 정맥 주사를 꽂았다. MRI 조영제 주사랑 같은 자리다.
진짜 🐶아팠다!!! 통증이 꽤 오래갔다. 정맥 주사는 무려 18게이지 짜리 바늘이었다. (간호사인 영빈쓰가 하는 말이, 바늘을 보면 바늘 안으로 반대편이 보인다고..)
그래도 한방에 바로 꽂아서 다행이었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서 여러 번 시도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난자 채취 시술 때 처음 해봤던 항생제 테스트도 받았다. (이건 저번보다 1도 안 아파서 🐶안도)
무료한 저녁시간은 꼬깔콘과 함께 했다! (˘ڡ˘)
아 그리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베드마다 SBS(스마트 베드사이드 스테이션)라는 모니터가 달려있다. 항암할 때는 만져볼 생각도 안 했는데 이번에는 이것저것 눌러봤다.
손목밴드로 로그인하면 내 일정, 검사 결과, 진료비, 의사 회진시간, 식사 메뉴, TV, 인터넷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수술 안내를 클릭해서 보니 Breast-conserving surgery (left/ with 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 수술을 진행한다고 쓰여 있었다. 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을 검색해 보니 림프절 절제술(=곽청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엥?!! 그럴 리가 없는데...
일단 궁금한 질문들을 메모하고 수술 전에 교수님을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유이 카페에도 질문을 올렸다.
그러던 중 밤 11시쯤 되어서 주치의(전공의) 선생님이 수술 동의서 사인받으러 회진을 돌았다.
✔ 담당 의사 중, 전문의와 주치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자면 아래와 같다.
담당 의사
- 전문의(교수 등)는 진단, 치료, 수술을 담당
- 주치의(전공의)는 전반적 환자 상태 관리
궁금했던 질문 여러 가지를 쏟아내고 받은 답변에 멘탈이 바사삭 되어 혼자서 광광 울었다..
마인드컨트롤을 위해 눈물을 그치고 폰을 들고 메모장에 오타 천지로 기록을 남겼다. 📝
22.10.19. (수) 수술 D-day
병원의 하루는 일찍 시작되었다. 새벽 5시 30분쯤 정맥 주삿바늘이 꽂아진 자리에 수액을 연결했다.
그리곤 다시 잠에 들었는데 7시 35분쯤 익숙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교수님 회진이었다.
어쩌면 수술장에서 잠시 보거나 아니면 수술 후에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전 회진을 오실 줄이야!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단 한 가지 질문.
내가 받는 게 진정 겨드랑이 림프 곽청술(=림프절 절제술)인지 물었다.
교수님 답변이,
'겨드랑이 전체를 1,2,3 세 부위로 나뉘는데 그중 1번 부분을 곽청술을 진행한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 나의 수술 순서는 4번째라고 하셨다.
감시 림프절 생검술이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무시무시한(?) 곽청술도 아니어서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수술 당일은 밤 12시부터 금식이다. 그래서 씻는 거 말고 할 게 없었다.
물도 마시면 안 되니 정신 바짝 차렷!
8시 40분쯤 수술 부위 표시를 위해 와이어 삽입 시술하러 1동 1층 초음파실로 갔다.
수술할 왼쪽 유방의 초음파를 먼저 찍었다. 와이어 심을 곳을 보는데 초음파 상으로는 잘 안 보여서 교수님까지 불렀다. (어랏?)
두 분이서(아마도 전공의와 전문의) 길게 상의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암이 있던 자리가 흔적도 안 보일 정도로 사라진 걸까 하는 생각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근데 이 기분 좋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와이어(철심)를 심는데 내 유방 조직이 너무 단단해서 잘 박히지가 않는다고 했다. 몸무게를 실어서 누르는데도 한 번에 박히지가 않아서 수차례 힘을 주어 눌렀고,,(거의 심폐소생술 수준) 너무 아파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두세 번에도 끝나지 않자 너무 아프다고 소리 내어 흐느꼈다.
그렇지만 "많이 아프시죠..😭" 하면서 계속해서 세차게 힘을 실어 눌렀다.
와이어가 완벽히 박힐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음을 알기에...
와이어 삽입을 마치고 솜으로 지혈하고 대기 의자에서 10분간 세게 꾹 누르고 있다가 가라고 했다.
병실로 돌아와서 수술실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대기했다. 간호사 선생님 말로는 오후 1시쯤에 갈 것 같다 했는데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1시 20분.. 째깍 째깍.. 1시 40분.. 째깍 째깍..
유이 카페에서 수술날에 유륜 주사를 맞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유륜 주사는 감시 림프절 생검술 대상으로 림프절 염색을 위해 맞는 주사다.
따라서 유륜 주사는 Pass.
2시쯤에 수술실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준비하라고 했다. 안에 입은 속옷을 모두 탈의하고 장실도 다녀오고 준비를 모두 마쳤다.
2시 20분쯤 이동봉사자님 오셔서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이 있는 3층으로 내려갔다.
수술실 앞에서 엄마에게 폰이랑 모자를 넘기고 걱정 말라고 쏘 쿨하게 인사를 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끝없이 들어갔다. 수술실 복도가 진짜 길구나 생각했다.
수술 대기실 겸 회복실(?)에 도착해서 수술실에 함께 들어갈 간호사 선생님들 한 네다섯이 나를 주위로 둘러쌓았다.
마취과 간호사 선생님 또 누구누구,,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하고는 나한테 무슨 수술을 받는지, 이름, 생년월일을 계속 확인했다. (뭔가 웃겼다)
정맥주사 자리에 안정제를 먼저 맞고 체온을 측정했다. 또 37도가 나왔다.
그리고 이내 진짜 수술실로 드디어 들어갔다. 분주해 보였다.
수술대에 눕고 따뜻한 공기를 이불 속으로 넣어주셨고,
곧 마취주사가 들어가고 산소마스크 같은 거 쓰고 그대로 기절.
분위기 적응할 틈도 긴장할 틈도 없이 되게 빠르게 진행됐다. 오히려 좋아~
누군가가 나를 깨우면서 눈을 떴다. 수술 회복실이었고 너무 춥고 너무 아프다고 울면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가 달달달 거렸던 기억이 난다.
간호사 선생님이 진통제 주사를 놔주었고, 바로 체온 측정을 했다.
체온이 높아서 추운 거라고 하시면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주사를 놔주신다고 했다. 그러자 금방 괜찮아졌다.
나중에 엄마가 보여준 모니터 사진.
오후 2시 49분에 수술 시작하고 3시 43분에 회복실로 이동을 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
4시쯤 이동봉사자님이 이끄는 침대에 누워서 병동으로 이동했다.
외과 병동인 75병동으로 오자 간호사 선생님이 잠들면 안 된다고 하고 심호흡을 크게 계속하라고 했다. 안 그러면 폐가 쪼그라들고 기능이 고장 날 수도 있다고.
계속 잠이 오는 걸 열심히 참고 심호흡을 했다.
오후 6시 5분쯤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수술 끝나고 바로 오신 것처럼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계셨다.
보통 수술 순서는 나이 순서(젊을수록 나중 순서)라는데 나보다 어린 환자가 있었던 건가 싶었다.
써지 브라는 내일부터 벗었다 입었다 해도 된다고 하셨다. 답답하면 써지 브라 안에 넣어둔 패드(거즈)는 빼도 된다고 하셨다.
1주일 후 외래로 오면 배액관을 제거할 거라 하셨고,
수술 부위는 함몰 없이 잘 메꿨다고 하셨다!
겨드랑이랑 가슴(유두 위쪽) 수술 자국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 정도.
그리고 왼손을 번쩍 올려서 귀에 붙여주고 가셨다. 으어어 하면서 엄살 피웠지만 생각보다 쑥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
내일 회진은 없을 것 같다고 2주 후에 수술 결과 들으러 오면 보자고 하셨다.
저녁 7시 20분이 되어서 오늘의 첫 식사로 죽을 먹었다.
밤 9시쯤, 혈압이랑 체온 체크(37.1도) 하고 배액관을 비웠다. (겨드랑이 하나, 가슴에 하나, 배액관을 총 2개 달고 나왔다) 그리고 먹는 약으로 가래 묽어지는 약이랑 진통제를 주셔서 먹었다.
밤 11시쯤, 간호사 선생님이 또 오셔서 혈압과 체온 측정(정상)을 했고, 정맥주사 자리에 2종류의 주사를 맞았다. 뭔지 설명을 안 해주셨는데 나도 귀찮아서 안 물어봤다.
케모포트 자리에는 마지막으로 헤파린을 언제 맞았는지 물어보시길래 9/30이라고 하니 내일 퇴원 전에 헤파린을 맞자고 하셨다.
아 수술 끝나고 저녁 먹고 컨디션 돌아오면서 몸을 찬찬히 살펴보니 윗입술이 퉁퉁 부어있었다. 세게 한대 얻어맞은 느낌으로 부었다. 알고 보니 전신 마취할 때 기도삽관으로 부은 것이었다!
수술 다음날에 그쪽에 구내염이 생기더니 점점 커졌다. 근데 수술 후 딱 일주일이 지나니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게 수술날은 마무리.
수술받고 병동으로 올라와서 비몽사몽에 정신은 없지만 생각보다 잘 회복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밤새 수술 부위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먹는 진통제로도 거뜬한 밤이었다. (머쓱타드)
22.10.20. (목) 수술 D+1 (퇴원 당일)
역시나 병원의 하루는 일찍.. 5시 30분에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배액관을 비워 주셨다.
7시 20분에 일반식으로 아침 식사 후 먹는 진통제와 가래 묽어지는 약을 먹고 정맥 주삿바늘을 뺐고 지름 1mm 정도 되는 구멍이 생겼다..
9시쯤 케모포트 자리에 헤파린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퇴원 후 먹을 약이랑 병원비가 정리되면 알려준다고 해서 계속 대기했다.
항암 산을 넘으면 수술은 별거 아니라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난자 채취 시술, 케모포트 삽입술이랑 통증이나 후유증을 비교해 보면 개인적으로 케모포트 삽입술이랑 비슷했던 것 같고 난자 채취 시술은 한 단계 아래? 인 것 같다.
👉👉 유방 부분 절제술&림프절 절제술 ≧ 케모포트 삽입술 > 난자 채취 시술
아무튼 항암 16차 마쳤을 때보다 수술을 마친 지금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히 홀가분하고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짐 정리하고,
10시 넘어서 3일치 진통제+소화 잘 되는 약을 받고, 배액관 비우는 법을 설명 듣고,
병원비 결제를 하고, 신청했던 제증명서를 수령하고(2동 1층 제증명 창구에서) 다시 병동으로 올라왔다.
옷 갈아입고 진짜 퇴원! 가보자고~
Home, sweet home~!
일곱 번째 미션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