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리뷰

Book review | 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

v2ryrosy 2022. 10. 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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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

   ღ 배경 ღ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 덕이었다.

유튜브에서 유방암을 검색하면 투병 브이로그를 올리는 유튜버들을 볼 수 있는데, 비슷하게 인스타그램에는 본인의 경험을 만화로 올리는 인스타그래머 작가들이 있다. 그중 몇몇을 구독하니 돋보기에 이 책에 대한 게시물이 보였다.

암 진단을 받고서 지금까지 암 관련 서적을 읽은 적은 없었다.
병원 치료에 전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딱히 책을 찾아서 읽을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뭐라고 할까.. 괜한 불편감에 암 환자가 나오는 드라마, 영화를 애써 찾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달까.

그런데 책 제목이 내 시선을 끌었다. 가까운 도서관에 책이 있는 걸 확인하고 대여했다. 한 20여 페이지 읽었을까 책을 구매해서 읽고 싶어졌다. 20페이지를 읽으면서 몇몇 문장들에 깊이 공감했고 감정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
남자친구가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해 주었고 바로 다음날 책을 받아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ღ 소개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자면,
유방암 경험자가 들려주는 에세이식의 이야기암관리 치료 정보와 일상 회복을 위한 관리 노하우를 모두 담은 책이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도 몇 번이고 다시 손이 갈 것 같다.

중학교 국어교사이자 딸아이를 둔 엄마인 책 저자는 어느 날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진단 후 단 4일 만에 이러한 결심을 하였고, 책을 쓰는 와중에 치료를 병행하면서 뜻밖의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후 전문가 감수를 받으면서 4번의 퇴고를 하여 세상에 나온 책이다.

 

   ღ 리뷰  

"공감되었던 문장들"내가 느낀 생각들.


"본인이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노여워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유방암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그 사람조차 위로의 방식이 서툰 것일 뿐 당신이 낫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니까. 당신은 그 마음만 고맙게 받으면 된다."

본인이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어떤 식의 위로를 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암 환자를 대하는 법을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고 서툴 수밖에 없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부모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암밍아웃을 하다 보면 처음엔 전화가 미친 듯이 걸려온다. 나도 모르는 나의 유방암의 원인을 단정 지어 "라면 먹어서 그런 거 아니니?"라고 앞뒤 맥락 없이 몇 번이고 묻는다. 자취하면서 밥을 잘 못 챙겨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시는 말씀이다. 이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가슴을 후벼팠다. 그래서 부모님보다 어른이시지만 엄마는 처음에 전화를 몇 번이고 피했다고 한다. 아빠는, "서양 사람들은 밀가루가 주식인데 그럼 밀가루 먹으면 다 암에 걸리게요?" 하며 맞받아치기도 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런 말에는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 작가가 말했듯이 위로의 방식이 서툰 것일 뿐 내가 낫길 바라는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은 진심이니까. 작가의 말대로 '노여워하지 말자.'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운동과 마음 다스리기. 그것만큼 확실한 치유법은 없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강조하는 단 세 가지는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단, 스트레스 조절이다.
백번 반복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무조건 맞는 말씀이다!



"변이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환경적인 요인으로 암에 걸린 것이니 그 환경을 바꾸면 된다. 이제 어떻게 내 몸을 바꿔나갈지 조금씩 그 방법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 다시 재발하지 않기 위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와 같은 환우들이라면 제일 고심하게 되는 질문인 것 같다.
확실한 건 유방암을 진단받기 전과, 진단 후 표준치료를 마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내가 유방암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서 벗어나서 내 몸을 좀 더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피어야 한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미라클 모닝으로 눈을 뜨며 매일 유기농 건강식을 직접 요리해먹고 매일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내 몸에 맞게 준비하되 또한 몸이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 미라클 모닝부터 매일 해먹는 유기농 건강식, 매일 근력+유산소 운동은 극단적으로 적은 것일 뿐 오해 금지 X)

나는 현재 선 항암 16차를 모두 마쳤고, 수술을 앞둔 표준치료 과정에 있다. 남은 표준치료 기간 동안에 내가 제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회복'이다.

소중한 내 몸을 위해서 어떻게 잘 회복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게 먼저다!



"내가 생각한 암에 걸린 명백한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 나도 내가 암에 걸린 이유는 '극심한 스트레스'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래에 유방암 원인들로 언급되는 몇 가지에 대해 나의 상황이 어땠는지 풀어보았다.

첫 번째, 생활 습관.
그중에서 <운동>. 나는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요가와 헬스를 등록했고 꾸준히 다녔다. 코로나로 인해 소홀해질 때도 있었지만 새해가 되면 으레 하듯이 올해 초에도 헬스를 등록했고 주 2~3회는 꾸준히 나갔다. 헬스를 못 가는 날에는 호수 공원을 걸으면서 만보 걷기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리고 <식단>. 점심은 회사에서 시켜 먹기 때문에 일반식을 먹었다. 군것질은 거의 하지 않았고 집에서 준비해온 과일로 허기가 느껴질 때 간식으로 먹었다. 저녁은 혼자 먹을 땐 닭 가슴살을 곁들인 샐러드 위주로 먹었고, 데이트를 할 때에는 주중 - 샐러드, 주말 -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다.

마지막 <흡연 및 음주 습관>. 나와 남자친구는 술과는 거리가 매우 먼 사람들이라, 내가 술을 먹는 경우는 주말에 본가에 가서 가족과 식사할 때 반주로 가끔 마시는 맥주 한 캔. 이마저도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다. 아! 물론 나는 비흡연자다.
두 번째, 나는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족력과 유전력(유전자 검사 완료)이 없다.
세 번째, 비만 또한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는데 나는 살짝 통통한(?) 정상 체중이었다.
(진단 전 신체질량지수 (BMI) = 21.5 (정상))

네 번째,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는 빠른 초경과 출산 경험이 없을 경우이다.
나는 실제로 초경이 빨랐다. 하지만 내 주변 친구들을 보면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친구들이 70% 정도는 된다.
나는 만 28세에 유방암에 걸렸다. 내가 좀 더 일찍 결혼하여 출산을 했다면 유방암을 피해 갈 수 있었을까?

이런 것들이 유방암 발생 가능성들을 높인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내가 생각한 '내가 암에 걸린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라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주저리주저리 길어질 예정이라 다른 포스팅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이다. 암은 머나먼 딴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포 변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살 행위나 다름없이 나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밀은 바로 적절한 운동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은 암에 걸린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꼭 해야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하기.'"

⇝ 기억하자. 나중에 완치를 받은 후에도 항상 초심을 잃지 말길.



"암 환자는 평생 가슴 졸이며 살아야겠지만 나이가 들면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겠지. 얼른 '젊은 유방암 환우'라는 이름을 떼고, '암을 경험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나의 소박하고도 원대한 꿈이다. 그때쯤이면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하며 "살면서 그런 때가 있었지."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유방암을 진단받고 난 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검색하며 엄청난 양의 지식들을 마주했을 때, 나의 현실을 가장 무겁게, 가장 무섭게 표현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생존력'이다.

아! 나는 '생존력'을 논해야 하는 '암'에 걸린 것이구나.

그것도 초기 단계는 넘어선 2기 후반 ~ 3기 초반의 '암'환자.

치료에 임하고 천천히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난생처음으로 들었다.
작가가 말했듯이 나도 '암을 경험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 기왕이면 '멋진
😎' 할머니) 그리고 나 또한 먼 미래에 '이 순간을 회상하며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암 환우들의 꿈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잘 극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삽시다!
😊



"우리 가족 중 누군가 아프다면 그게 차라리 나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암 환자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중간 생략-- 이 모든 분들의 사랑과 지지가 있었기에 내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으리라.
--중간 생략-- 그러나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고 더 끈끈해지는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환자 또한 어느 순간 다른 가족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 유방암 진단을 받고서, 이제 막 이직을 해서 잘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나  자신이 멋진 커리어 우먼처럼 느껴지던 오피스텔 독립 라이프를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들어왔다.
나는 제일 먼저 이런 나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속상했고, 그다음 힘든 치료와 부작용(탈모)이 걱정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내 가족에게 겪지 말았어야 할 일을 겪게 한 것 같아 속상했다.

내가 아픈 것보다 이런 딸을 둔 부모님의 아픔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이 암에 걸렸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엄마 아빠는 내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힘든 티를 내지 않는다며 걱정을 했고, 나는 누가 봐도 병자 같은 내 모습을 매 순간 마주해야 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걱정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나의 유방암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더 두터워졌고 우리는 더 끈끈해졌다.

나 또한 작가가 말했듯 '우리 가족 중 누군가 아프다면 그게 차라리 나여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 가족 중 누군가를 대신해서 내가 아픈 것이라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바꿔서 말하면 내가 대신 이만큼 아프고 잘 극복해 낼 테니 아무도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말았으면 한다. 앞으로 우리 가족 건강은 내가 책임질 거니까. 



"암에 걸렸다고 해서 지난 삶 전체를 부정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내가 잘못 살아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동안 스스로를 돌볼 처지가 못 되었음을 인정하고 나를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삶도 마찬가지다. 암에 걸린 나를 불쌍히 여겨 자기 연민에만 빠지기보다 암 환자인 나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기 수용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커지면 결국 불행할 수밖에 없다."

⇝ 아직도 나는 내 마음을 100% 컨트롤하지는 못한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에, 때로는 누구보다도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 남과 비교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몸과 정신이 항암 부작용으로 부터 회복이 되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선다. 오뚝이처럼.
나를 갉아먹는 건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임을 잘 아니까. 나는 이만큼 잘 이겨내왔고 앞으로도 잘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완치할 것이다.



"암은 아무리 유능한 의사도 원인을 알 수 없고, 원인을 파고들기보다 앞으로 즐겁게 사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 그렇다. 암에 걸리는 원인은 세상에 참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내가 암에 걸린 원인을 파악하고 이후의 삶을 위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원인을 100% 완벽히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즐겁게 사는 것!


 

  

 ღ 추천  

나는  나와 같은 유방암 환우들,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가까운 동네에서 작은 북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도 함께 접하게 되었다.
북 콘서트 날짜는 마침 내 생일날이었는데, 특별한 이벤트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남자친구랑 함께 다녀왔다.

같은 유방암 환자들을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는 건 첫 경험이었다.

처음 1시간 동안은 작가님 Q&A 시간으로 진행되었는데 작가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나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서 항암 치료를 받은 분들에겐 엄살로 비칠까 봐도 걱정이 되었다'라고.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서 느낀 감정은 '그건 절대 아니다'이다.
나와 성질이 다른 암이고, 나는 항암치료를 받았고 작가님은 받지 않았지만 누구의 상황이 더 낫고 나쁘다를 떠나서
유방암 진단 전후로 느꼈던 감정들과 상황들,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 위로가 되어주었다.
내가 책을 다 읽고나서 너무 좋았다고 하자, 주변 지인들도 읽기 시작했고 읽으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해 주기도 했다.

가볍게 그리고 소중하게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끝으로, 이 책의 '감수의 글'에 적힌 내용에 개인적으로 깊게 와닿고 널리 퍼졌으면 하는 문장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인용해왔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최악의 결과를 생각하는 데 보내지 마세요. 전 여러분이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길 원합니다. 항상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세요. 여러분의 미래에는 치유가 있고, 성공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평안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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