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유방암 일지] 14차 항암 기록_#수술 날짜 잡혔다

v2ryrosy 2022. 9. 2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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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나서야 돌아온 AC 2차 항암 기록_
항암이 누적될수록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에, 겉으로 보여지는 병색도 짙어지고 몸도 마음도 한없이 지쳐갔다.

1~2차 항암을 받던 5월과 15차 항암까지 받은 현재 9월의 컨디션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다르다.

어떤 순간들에는 잠에 들었다 깨어나면 항암도 수술도 방사선도 다 끝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만 2차 항암과 3차 항암 텀이 3주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컨디션이 괜찮은 날도 꽤 있었고 마침 추석 연휴 주간이라 마음껏 밖으로 나돌아 다녔다.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해서 다시 돌아온 유방암 투병 일지!


[8월 달력]



22.08.22. (월)
혈액종양내과 진료 있는 날.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채혈부터 하고 1동 1층 카페 파스쿠찌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파스쿠찌] 프로방스 바질 치킨 파니니

꽤나 맛있어서 다음에 또 먹고싶은 맛이었다.

9시 50분 예약되어있는 혈종과 진료를 보러 갔다.
채혈 결과, 지난번 AC 1차 때 수혈+백혈구 촉진주사까지 모든 아이템을 풀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백혈구 수치는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교수님이 이번 항암은 일정대로 진행하고 다음 항암 차수 때 백혈구 촉진주사를 먼저 맞고 항암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분당서울대학교 Health4U 앱]

 


지난번 AC 1차 후 겪었던 부작용 중에 피부에 지름 2~3cm 정도의 홍반(두툼하게 튀어 부어올랐는데 누르면 멍처럼 아픔. 붉은 색깔) 같은 게 몸에 6-7군데 났다고 말씀드렸더니, 백혈구 촉진주사 때문일 확률이 크다고 내 몸에 안 맞아서 그랬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항암주사 2주 후 외래로 와서 백혈구 수치가 제일 안 좋을 때 백혈구 촉진주사를 맞자고 하셨다. 그리고 유방초음파를 한번 찍어보자고 하셨다. (→ 9월 2일로 잡힘)

 


혹시 먹는 음식으로 백혈구 수치를 좋아지게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그런 건 없다고.


10시 반쯤 진료가 끝나서 바로 원내약국 가서 구토억제제 약을 픽업하고 항암낮병동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소파에서 대기하다가 12시 반쯤 내 차례가 되어서 병실로 입실했고 AC 2차 항암주사를 맞았다.
아드리아마이신 30분, 엔독산 30분 정도 해서 총 1시간 정도 걸렸고 속이 너무 안 좋았다.

(참고로 나의 선행 항암치료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정리해놓았다.)

 

2022.06.04 [유방암 일지] 혈액종양내과 첫진료와 1차 항암 기록_#첫날부터 항암?


일정이 모두 끝나고 오기가 반차 쓰고 데리러 와서 집에 데려다주었다.
TC 항암 할 때는 당일날에 밥 정도는 함께 먹을 수 있었는데 AC 항암은 무조건 집에 가서 쉬어야 될 것 같은 상태이다.

반차까지 썼는데 운전기사도 아니고 딱 집에만 바래다주고 돌아가게 해서 넘나 미안..


이날 오후 5시쯤..
AC 1차 때보다 더 큰 오심(가슴속이 불쾌하고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나면서 당장이라도 구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찾아봤다.
몸이 덜덜 떨리고 눈물과 침이 계속 뚝뚝 떨어졌다. 당장이라도 토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끝까지 토를 참아냈다.
나는 사실 토가 나올 것 같을 때 토를 유도하는 편이 아니다.


토하는 걸 무서워하는 걸까? 아무튼 내가 이때까지 토를 한 경험은 숙취 때문에 한번 있었고 그 외에는 모두 장염 때문이었는데 항암 부작용으로 인한 구토는 최대한 하고 싶지가 않았다.

당장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은 상태로 3~4시간을 시달렸던 것 같다.

 


비닐봉지를 깔아서 토를 당장이라도 받을 수 있는 자세로 계속 부들부들 떨면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울렁증 약(식후 약)을 먹어야 하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속이 조금 진정된 타이밍에 얼른 멜론 3조각 정도를 겨우 먹고 약을 먹었다.
식후 약에 안정제 효과가 있어서 조금 잠에 들었다 11시쯤 깨어서 후딱 씻고 다시 잤다.

지난번 AC 1차 때는 물도 많이 마시려고 노력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항암이 너무 독해서 이러다간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22.08.23. (화)
AC 2차 후, 둘째 날 셋째 날에만 특별히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이 있다.

에멘드(구토억제제) 1정,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제) 8정이다.
물론 그 외 울렁증 약 아티반, 맥페란, 위보호제 란스톤도 먹어야 한다.

엄마가 전복죽을 사다 주셔서 아점이랑 저녁은 전복죽을 먹었다. 첫째날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이날도 힘들긴 매한가지였다.
힘이 없고 하루 종일 속이 메슥거렸다.
밥 먹을 때, 물 마실 때, 쉬 쌀 때만 겨우 일어나고 하루 종일 누워서 지냈다.
잠은 금방 잘 드는데 자주 깨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22.08.24. (수) ~ 08.25. (목)
전날보다 나은 하루.
아침에는 무려 동네 한 바퀴 산책도 했다. 드디어 식사다운 을 먹을 수 있었고, 물도 1리터나 마셨다!
울렁증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월요일, 화요일보다 엄청 나아진 컨디션을 느꼈다.
수, 목 이틀 연속으로 저녁 산책을 했다. 밤이 되자 입 안에 역한 약기운이 심하게 올라왔다. 잠들기 전까지 입안에 미끄덩 코팅된 느낌이 심해서 레몬사탕을 물었다.




2022.08.26. (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컨디션 난조가 느껴졌다. 입 안에 매우 불쾌한 느낌이 나서 일어나자마자 양치를 했다.
아침으로 블루베리 한주먹+바나나 1개+산딸기 5개+냉동딸기 1개+우유 갈아서 마셨는데 JMT!
꿀이 안 들어갔는데도 정말 🐶맛있..


약은 잘 챙겨 먹고 있지만 입 안 역한 느낌은 역대급으로 더 심해졌다. 속 매스꺼움도 여전하고 온종일 손가락 끝이 엄청 저렸다.
생각해보니 변비도 며칠째 ~ing 진행 중이었다.
엄마한테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다 달라고 부탁까지 해서 겟했는데 한입 먹고 다 버려졌다.🙄
아주 고약하게 쓴 약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에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저녁에는 엄마 아빠랑 흑염소탕을 먹으러 갔다.
외출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누워만 있으면 안되지 하는 마음이 상충해서 엄청난 내적 갈등 끝에 얼른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 가본 흑염소탕 집이었는데 완전 성공적.

우리 가족 입맛에 잘 맞고 국물도 기름기가 잘 잡혀서 맑고 육개장 국물처럼 얼큰하고 맛있었다. (고기도 엄청 많이 들어있었음.)

[온누리 흑염소] 살코기염소탕 / 16,000


완뚝하고 나니 좀 과식했다는 느낌이 확 올라왔다. 다 먹고 나와서 3일 연속으로 저녁 산책도 돌고 집에 와서 큰일을 치렀는데 너무 오랜만에 보는 거라 칼날로 찌르듯이 아픈 혈변을 보았다..

 



이제부터 매일 응가💩일지를 써서 No응가 3일 차가 되면 4일째에는 변비약을 꼭꼭 챙겨 먹어야겠다고 다짐.

이날은 하루에 몇번씩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올라서 눈물샘이 터지곤 했다..
낮에 산송장처럼 누워있으면서 시간이 제발 빨리 지나가주길 바랄 때나..
엄마랑 대화하다가 그냥.. 오기랑 전화하면서도 그냥..

TC 항암 때에는 거의 그대로이던 눈썹이 오늘 거울을 보니 완전 횅~해진 모습이 보였다.

 

[비루한 눈써비. 이땐 몰랐지.. 이마저도 소중했다는걸,, 결국엔 다 빠질것이란걸,,]


또 눈물샘이 부릉부릉 시동 걸리다가,
옆에서 TV 보던 엄마한테 눈썹 땜빵이 생겼다고 보여주는데 멀뚱멀뚱 계속 보기만 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엄마 안보이지????" 하니깐, 바로
"엉ㅎ"이라고 답해서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남은 AC 2회가 '두 번만 견뎌내면 된다' 였는데 이날은 '두 번이나 더 겪어내야 한다니'였다..

심리적으로 너무 지치고 약해진 상태였던 것 같다.



나는 열두 달 중에 내 생일이 있는 9월을 유독 좋아하는데,
올해의 9월은 시간이 빠르게 달려서 기억도 안 나게 지나가버리길, 항암이 어서 끝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결국에는 이 치료에 끝이 있고 나는 끝까지 완주해낸다는 걸 너무나 알고 있지만, 이번주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느낌에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22.08.27. (토) ~ 08.28. (일)
손가락 끝 저림이 너무 심해져서 손톱 영양제를 열심히 발랐다.
손 끝 저림에 이어서 오른손이 뜨거운 데 덴 것 같은 느낌으로(화끈거림) 아파오기도 했다.

입 안 이상한 느낌과 속 울렁증은 계속되었고 약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열심히 챙겨 먹었다.
입 안에 역한 느낌이 들 때 참다가 참다가 최후의 해결책으로 레몬 사탕을 먹곤 하는데 오늘은 3~4번은 먹은 것 같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유독 냄새에 예민해졌다. 모든 냄새가 좀 과잉으로 느껴지는 느낌?

그리고 예민해진 후각 때문에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수건 삶는 냄새, 엄마가 장독대에서 된장을 푸는 냄새, 마스크 새거 낄 때 나는 냄새, 심지어 엄마 아빠 바디워시 라벤더향이 풍겨도 모두 다 역하게 느껴졌다.

 

 

토요일, 일요일 아침에는 엄마랑 집 근처 공원 둘레길을 산책했다. 원래는 1시간 코스인데 토요일은 중간에 3번 정도 쉬어가고 천천히 걸어서 1시간 40분이 걸렸고, 일요일은 1시간 20분이 걸렸다. 단축된 시간에 기분이 좋았다.
주말 동안 연속으로 만보를 채웠다! 🦵

오늘 어떤 유튜브를 봤는데 암세포의 에너지원은 '당'이 아닌 '지방'이라고 했다.
음..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에너지원이 당이면 탄수화물 집합체인 쌀밥, 떡볶이, 면, 빵을 피해야 하고, 지방이면 기름기 많은 고기부위, 튀김, 치킨, 버터를 피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나 많다..




22.08.29. (월) ~ 08.30. (화) 🌧
입 안에 역겨운 느낌이 계속되었고 그래서 물을 마시는 게 너무 힘들었다. 속 울렁거림은 거의 없어졌다.
월요일 종일 내리던 비가 저녁에는 그쳐서 밤 산책을 했고, 화요일은 저녁까지도 비가 내려서 아파트 15층 계단 오르기를 했다.

 

항암 하면서 진짜 제일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는 건 과일이다. 덕분에 집에 과일 3~4가지는 항상 채워져 있다. 🤍



22.08.31. (수) ~ 09.01. (목)
이틀 연속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동네 둘레길 산책을 했다. 확실히 지난주보다 컨디션이 살아난 것 같았다.

 

[산책하면서 본 귀여운 풀잎들]

 

오랜만에 오기도 만나서 데이트.

 

[명랑 오리] 오리불고기
[카페 파르베] 티라미수 맛을 원했지만 초코맛 타르트.

 

 


22.09.02. (금)
산부인과 진료(11:20), 유방외과 진료 (14:30), 유방초음파 (15:35) 예약 있는 날.
산부인과 진료 전 대기시간이 길어지길래 생각나는 질문들을 정리해서 들어갔는데 내 질문들에 생각지 못한 답변이 돌아와서 눈물이 났다...


진료 끝나고 일반주사실에서 루프린 주사를 맞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음소거 눈물이 흘렀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울렁거렸다.
주사 다 맞고 화장실에 가서 그냥 한바탕 울어재낄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소중한 나의 심신이 너무 지쳐버릴 것 같아서 그냥 냅다 바로 지하 푸드코트로 갔다.

밥먹으러 가니 메뉴 고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거짓말 같이 바로 그쳤다. (마음도 진정)

[분당서울대병원, 델라코트] 버섯육개장



오후 유방외과 진료 때에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다행히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셔서 안도감이 들었다.
오늘의 질의응답은 아래 메모장에 정리했다.

 

[왼-산부인과 / 오-유방외과 질의응답]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수술 날짜가 잡혔고(괜히 뭉클) 수술 전 전체 정밀검사 날짜도 잡혔다. 마음이 웅장해지면서 빨리 그 날이 왔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유방초음파를 찍으러 갔다.
야무지게 이리저리 꼼꼼히 찍어주셨는데 고마운 상황이지만 너무 아파서 괴로웠다.
의외로 암이 있는 왼쪽을 찍을 땐 괜찮았는데 오른쪽은 🐶아팠다.

유방초음파까지 마치고 나오니 오후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오기가 퇴근하고 데리러 와서 집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집으로 가는 길

 



22.09.03. (토)
전날 루프린 주사(난소 억제 주사)를 맞은 곳이 아파왔다. (통증이 하루 정도는 가는 것 같음)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려고 그러는 건지 또 두통이 찾아왔다.
이전 혈종과 진료 때 아주 가끔 참기 힘든 두통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교수님이 증상이 계속되면 뇌 MRI를 찍어야 한다고 하신 적이 있어서 좀 신경이 쓰였다..

오전에는 혼자서 동네 둘레길 산책을 갔다 오고 오후에는 오기랑 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광교를 갔다.
브런치 먹기로 했는데 브레이크 타임 딱 걸리고 여기저기 빠꾸 먹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가발 때문에 너무 덥고 땀나고 답답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더브라운]

그러다가 결국 한 군데 찾아서 먹고 싶었던 브런치를 먹었다. 레스토랑보단 카페에 가까운 곳이라 셀프 서빙하고 먹은 접시도 셀프로 치워야 했다.

옆에 교보문고가 있길래 소화시킬 겸 살짝 구경하고, 나의 최애 카페 중 한 곳 '르디투어'로 갔다.

 

[르디투어] 무화과 앙버터 크로넛

 

시즌 한정 메뉴라고 쓰인 무화과 앙버터 크로넛을 먹었다. (크로넛은 크로플과 도넛의 합성어겠지?)
맛은 So so.
르디투어를 처음 가보는 사람에게는 첫 디저트로 솔티드카라멜 시나몬 구겔호프 케이크🍰 추천한다.
주말이라 사람 많을까 봐 걱정했는 데 다행히 자리 선택지가 꽤 많이 있어서 기분 좋게 잘 먹고 잘 쉬다 왔다.

외관도 진짜 멋있는 르디투어.



음..

AC 2차 항암 받은 날로부터 2주동안 하루하루 행적들을 돌이켜보면,
몸 컨디션에 따라서 기분도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것 같다.
한없이 어둠이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파워 긍정Girl이 되기도.

나는 원래 밝은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정적인 사람이었는지 헷갈린다.
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인지, 나는 누구인지..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랄까.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휴직을 하고 활동에 제약이 넘나 많아져서 진짜 암것도 할 수 없는 컨디션에 쓸데없는 생각들만 너무 많아진다.

오늘도 간절하게 빨리 항암이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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