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난자채취시술 기록_#하나씩 도장깨기 #항암은 시작도안했다
22.05.03. (화)
유방외과와 산부인과 진료가 있는 날.
먼저 유방외과 진료.
나는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왼쪽 유방에 암이 있었다. 2기 후반에서 3기 초반의 병기라고 하셨고, 림프 전이는 있지만 다행히 다른 장기에는 전이가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엄마와 진짜 세상에서 제일 큰 안도감을 느낀 것 같다..
비타민D가 너무 부족하다며 주사와 경구약을 처방해주셨다. 오늘 처음 항암낮병동(2관 5층)을 가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근데 왜 비타민D 주사를 항암병동까지 와서 맞지??
그리고 여기 이름은 항암'낮'병동인데 항암'밤'병동은 보지 못했다. 왜 '낮'을 굳이 붙인 건지 모르겠다.
산부인과 진료.
오늘은 내 담당 교수님과 같은 진료실을 쓰시는 오전 진료 보시는 다른 교수님 진료가 딜레이 돼서 나의 진료시간까지 딜레이가 되었다.
그래서 오자마자 질초음파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도 빠릿빠릿 움직여서 시간을 많이 뺏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예상대로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 모두 엄청 분주히 질초음파실로 안내했다.
얼른 탈의하고 얼른 눕고, '안 아프게 해 주세요(=젤 듬뿍 발라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오늘은 너무 아팠다. 시간 딜레이 때문인 건지.. 조금 속상했다.
난포는 잘 만들어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하셨고 추가적으로 주사를 처방받았다.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 진료가 잡혔다. 내 담당 교수님은 금요일에 진료가 없는 날이라 질초음파로 확인만 필요한 진료이니 다른 선생님으로 진료를 잡아주신다고 하셨다.
기존에 놓던 고날에프펜을 추가 처방받고, 주사가 하나 더 늘었다. 가니레버. 하루 두대씩이라니..
22.05.06. (금)
Busy Day = 치과 스케일링 예약(오전 10시) / 보험사 방문 / 산부인과 진료.
병원 가기 전, 예약해둔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았다. 혈액종양내과 진료가 다음 주에 있는데, 진짜 빠르면 담주부터 항암을 시작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해둘 건 해야 했다. 2년 만에 받는 스케일링 매우 끔찍 ㅠㅠ.. 그래도 치아관리 잘했다며 칭찬 들었다.
엄마가 6~7년 전 들어주신 실비보험. 진짜 엄마한테 절 천만 번 해도 모자라..
진단비도 두둑이 나오고 앞으로 실비 청구도 할 수 있다. 첫 보험비 청구라 온라인이 아닌 직접 방문해서 진행했다.
산부인과 진료는 세 번 만에 익숙해졌다. 질초음파 준비를 마치고 대기할 때, 간호사 선생님께 안 아프게 해 달라고(=젤 듬뿍) 요청드렸고 신경 써주셔서 다행히 오늘은 아프지 않았다. 휴~
질초음파 후 상태를 나의 담당 교수님과 논의 후 얘기해주신다고 대기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결과는..! 이번 주 일요일에 난자 채취 시술이 잡혔다. 저번 진료 때 일요일 또는 월요일에 잡힐 확률이 크다고 하셨는데 엄마랑 나는 일요일이기를 바랐었다.
월요일이면 엄마가 연차를 써야 하기 때문.. 일요일이면 여러모로 좋다..!
오늘은 자가주사를 총 4개를 놓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픈지... 난자 채취 시술은 또 얼마나 아플지..
자가주사는 매일 복불복이다. 쉽게 놓아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찌를 때 아프고 잘 안 들어가서 두세 번 만에 성공할 때도 있다. 피가 안 날 때도 있고 피가 조금 맺힐 때도 있다. 주사를 뺄 때 안아플 때가 있고 아플때가 있다...
병원 가기 전에 가니레버 1대를 주사하고(규칙적인 시간에 놓는다), 오늘 오후 8시에 추가처방받은 오비드렐 1대, 데카펩틸 2대를 주사했다. (나 진짜 대견해..)
5월 7일 시술 전날에는 자가주사도, 페미라 복용도 없다.
요새 '왜 암에 걸려서 내가 이런 것까지 경험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약해지면 안돼!!!!!
22.05.08. (일)
대망의 난자 채취 시술 날.
병원 앞에 도착하니 오기도 맞춰서 딱 도착했다. 엄마랑 남자친구랑 양쪽에 끼고 올라가니 완전 든든쓰.
시술은 분만실에서 진행된다. 분만실 안에서부터는 혼자만의 싸움이다. 들어가서 먼저 탈의해서 옷을 갈아입고 항생제 주사 반응 검사 같은 걸 했다. 피부를 얇게 떠서 살짝 항생제를 주사하고 10분 후에 알레르기 같은 반응이 올라오는지 보는 거다. 진짜 소름 끼치는.. 피부 뜨기였다.. 소름 끼침+개 아픔+그냥 다신 하고 싶지 않음.
(나중에 간호사 친구 영빈이한테 이 경험을 말하니, 대학 때 동기들이랑 서로 놔주기 연습을 한다고 한다. 와우.. 진짜 대단...)
알레르기 같은 반응은 다행히 없었고 항생제를 맞았다. 나중에 여기 팔에 엄청난 큰 멍이 생겨서 결국 케모포트를 심게 됨...
시술 후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이었다... 수면마취를 놔준다고 했는데 나는 그 현장감을 80% 정도 느꼈고 기억이 나는 것 같다. 나중에 회복실에서 간호사 선생님 말로는 내가 수면마취가 들었었다고 하면서 근데 왜 자꾸 눈물을 흘렸었냐고 했다.
(무슨 말인지.. 수면마취가 잘 안 됐으니 아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 거겠죠?)
시술 처음에 일단 수면마취하고 아래를 아주 거칠게 소독을 하신다. 너무 거칠게 다루어서 그때부터 눈물이 계속 흘렀던 것 같다. '나 아파요! 다 느끼고 있어요'라는 시그널로 '아..! 아악! '을 연발했는데 싸그리 무시당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몇 개 뽑았습니다~ 오른쪽 난소 끝났습니다~ 같은 대사들도 기억이 난다..
그래도 30분 안팎으로 시술은 빠르게 끝이 났고 회복실 침대에서 1 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고 나왔다. 분만실에서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간호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직접 신발함에서 신발을 꺼내서 내 앞에 놓아주시고 문 오픈 버튼을 눌러주시자 앞에 의자에서 대기하고 있던 엄마와 오기가 마중을 왔다.
얼굴에 걱정한 가득 이길래 '나 이제 괜찮음!'을 어필하고 광교 오피스텔로 어서 ㅌㅌ했다.
(난자는 15개 채취했고, 최종적으로 동결 가능한 상태는 8개여서 8개를 동결했다고 한다~ 내 소중한 8개 난자! >-<)
난자 채취 시술 부작용으로 난소 과자극 때문에 복수가 찰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병원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냥 이온음료는 설탕물 덩어리고(당은 암이 가장 좋아하는 것) 고민을 하다 오기가 쿠팡에서 이런 이온음료를 찾아서 주문해줬다.
그냥 이온음료보다는 낫겠지?! 하루에 4개씩 열심히 마시라고 했다. 복수 차면 안돼 never!
뭔가 도장깨기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치가 눈앞에 와있지 않을까?
암튼 이렇게 두 번째 미션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