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유방암 일지] 8차 항암 기록_#항암도 날씨도 지독하다지독해

v2ryrosy 2022. 7. 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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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달력]

 


22.06.26. (일)

지난 금요일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두 종류를 맞아서 그런지 입안에 맴도는 역한 느낌이 여전히 진행 중.
오늘은 현지헤 만나는 날!
현지프(현지카 레니게이드)를 타고 물왕저수지로 갔다.

 

 

'산현동 239'라는 브런치 카페에 갔는데 붐비지 않고 한산했다. 분위기도 조용하고 좋아서 엄청 오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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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2, 라테 1, 풍기 피자, 매운 크림 파스타 (아침 안 먹은 지헤를 위해 식사도 시킴) 메뉴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2, 허브티 1, 순수 우유케이크 1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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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도 파스타도 합격. 매운 크림 파스타는 은근히 매웠다. 곁들여진 불고기는 살짝 질겼다. 나중에 식으니 고무줄 됨.

이날 저렇게 시켜서 총 8만원대 나왔는데 지헤가 쐈다!
잘 먹었다 내 친구~ (담에는 내가 쏜디)

헤어질 때도 현지프타고 집 앞까지 편하게 왔다.

 

맞다 지헤가 또 선물을 줬는데(지난번 제로베이커리 빵에 이어서)

쿼카를 닮았다며(?) 화분을 선물해줬다. 눈 살며시 뜨고 봐도 물구나무 서서 봐도 세살짜리가 와서 봐도 코알라지만 진짜 귀여워~

 


22.06.27. (월)
이날은 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통이 흔들흔들~ 출렁다리에 있는 줄.
입맛 없는 게 정말 심했고 두피 열도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다.
관절통까지 더해져서 괴로웠던 날.

 


22.06.28. (화)
어제보다 두통은 줄어들었는데 관절통이 오래갔다.

 


22.06.29. (수)
변비+설사로 고생한 날. 응꼬가 너무 매운맛,. 매운 거 안 먹었는데...
관절통은 계속되었다.
 


22.06.30. (목)
어제에 이어 혈변을 보았다. (치질은 아닌 것 같다)
블로그는 미뤄뒀다 쓰지만 그날그날의 부작용들은 간단하게라도 매일 기록해두는 편이다.

 

 

기록을 해두면 3주마다 보는 혈종과 진료 때 어떤 증상이 대체적으로 심했는지 말할 수 있다(그렇다고 딱히 명백한 해결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 내가 암환자가 아니게 되었을 때, '맞아 그거 때문에 고생했었지' 하면서 이해해주길 바란다. (혹시나 '나 그때 아무것도 안 하고 도대체 뭐했었지?'라는 이딴 식의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22.07.01. (금)
파클리탁셀 8차 항암 하는 날.
잠을 2시간밖에 못 잤다.
11시쯤 자서 1시에 깨고 (두피 열 오름 때문에) 그 이후에 잠을 아예 못 잤다.
8시 예약이라 6시쯤 일어나 아빠 차 타고 병원으로 6시 반쯤 출발했다.

병원에 일찍 도착해서 대기하다가 딱 8시 되니 병동안으로 들어오라는 카톡이 왔다.
자리에 누워서 먼저 부작용 방지 주사랑 수액을 주사했는데,
8시 40분이 될 때까지 항암제는 투여하지 못했다. 항암제 조제시간이 오래 걸려서.
아니 그럼 8시 예약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유방암으로 인해 처음으로 대학병원을 다니게 되면서, 첫인상은 체계적인 시스템+친절한 의료인으로 인상 깊고 좋았는데
지금은  지연, 대기, 대기, 끊임없는 대기 때문에 아주 넌덜머리가 난다.
지긋지긋해. 아주.


8시 45분? 쯤 되어서야 항암제 투여받고 1시간 반 정도 투여하고 헤파린 맞고 10시 20분에 다 끝났다.
이날 담당해준 간호사 선생님이 처음에 케모포트에 주사 꽂을 때 피가 잘 안 나왔다고 전에도 이런 적이 있는지 물으셨다.
없다고 했더니 다음 주 항암 때 피 잘 나오는지 확인해보라고 하셨다.

집에 도착해서 아점 먹고 에어컨 켜고 낮잠을 3시간 내리 잤다.
밤에 그렇게 잠을 못 잤으니.. 그럴 수 있어~

오후에 오기가 3퇴(3시 퇴근)하고 데리러 와서 의왕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 갔다.

 

 

저녁으로 멕시칸 음식 먹으러 '이터스'로 갔다.
이터스에서 이터스 콤보 플래터를 주문했다.

 

[이터스] 이터스 콤보 플래터


이터스 콤보 플래터 구성으로 타코 2개, 파스타 부리또(치폴레 크림소스에 따뜻한 그릴에 나옴), 나초, 윙 2, 봉 2, 감자튀김 그리고 과카몰리, 사워 소스, 살사 소스가 나온다.    

먹으면서 오기한테, '윙 2개 봉 2개네~ 각각 하나씩 먹으면 되겠다'
라고 했는데 오기가 윙 2개를 먹어버렸다. 닭날개 킬러인 나는 오기가 윙 두 개 먹은 거를 나중에 깨닫고 '내 윙 어디 갔어!' 하면서 화를 냈다.
오기가 너무 당황해서, '봉은 요니 먹어.. 미안해.. 미안해...'라고 했는데
기분이 안 풀려서 '아니 안 먹을래. 됐어..'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무섭게 정색했던 것 같다.

(이후로 오기가 닭요리 먹을 때에는 날개는 나한테 몰아준다.)


오늘 타임빌라스에서 라코스테 리넨 반팔 셔츠를 커플로 샀다. (오기가 사줬다.)
남자 레귤러핏으로 나온 셔츠인데 나는 가장 작은 사이즈(38)로 입으니 예쁜 박시 핏이었고
오기는 가장 큰 사이즈(44)로 입으니 딱 예뻤다. (근데 지인짜 얇은 리넨 셔츠라 오기한테 셔츠 안에 쿨 반팔티 같은 거 입으라고 했다. 안 그럼 민망쓰할 비침이 있다.)

 

저녁 되니 점점 물드는 하늘빛이 너무 예뻐 스벅에서 커피 테이크 아웃해와서 벤치에 앉아서 여유 좀 부렸다.
이런 시간 너무 햄볶



오늘 많이 먹은 건 아닌데 이날  소화가 너무 안됐다.

 


22.07.02. (토)
역시나 어제 항암 했다고 입에 향 업는 비누 물고 있는 느낌. 나 돌아버려 진짜..

 


오늘은 오기랑 거북섬을 갔다. (희한하게 잘도 돌아다님)

 


'밀크로지'라는 카페에 갔다. 진짜 무슨 보상심리인 건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차가운 거 먹는 게 제일 그나마 낫다.)
이 아이스크림 분명 유기농 아이스크림도 저지방 아이스크림도 뭣도 아닌 싸구려일 텐데.. 가격은 머선 129.

여긴 뷰 맛집이라 주변 카페들도 가격이 다 이렇다.

 

저녁은 구운 치킨 먹으러 '누구나홀딱반한닭'에 갔다.


맛은 그냥저냥 별로였다. 맛없어.. 근데 다 먹음. 억울해서 다 먹어야 해..!

어제오늘 잘 돌아다녀서 그런가 볼에 홍조 끼가 심해진 것 같다. 선크림 열심히 바르는 와중에도.

이번 주는 부작용 때문에 정신없었던 것 같다.
습하고 더운 날씨는 불쾌지수를 만땅으로 올려놓고, 차수가 쌓여갈수록 확실해져 가는 부작용 증상으로 몸은 안팎으로 힘 없고 불면증도 심하고,.
이렇게 타이핑을 마구 두드리면서 글로나마 나의 기분과 상태를 표현하니 조금은 위안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요새는 가끔 회사 생각이 난다.
저번엔 문득 저녁 준비하는 엄마 옆에 서서 구경하면서 스몰 톡 하다가,
"엄마 나 회사 가고 싶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_(⊙_⊙)_⊙)



지겹다 환자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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