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암 진단~가임기 보존치료 기록_#20대 유방암 #내가?
2주간의 기록은 사실 4/16 (토)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22.04.16. (토)
지난주에 만났던 영비니 조언으로 유방초음파를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2~3주 전부터 왼쪽 가슴에 딱딱하고 큰 멍울이 만져졌다고 얘기하면서,
올해 건강검진 받을 때 유방초음파도 추가해서 받을꺼야!
하니깐 영비니가 뭐하러 그때까지 기다려! 그냥 지금 진료예약 해!
라고 말하래 진짜로 바로 예약을 했다.
평일에는 회사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토요일 오전, 가까운 유방외과의원 1차병원으로 진료를 예약했다.
유방초음파를 찍는데 심상치않게 자꾸 같은 부위를 여러 번 찍으시더니 유방촬영(처음 해봄. 말로만 듣던, 기계로 가슴을 짜부시키는 촬영술... 그래도 이건 참을만했다..)을하고 겨드랑이 세포 검사와 조직 검사까지 했다.
헨지가 유방 양성종양을 떼어내는 시술을 했던터라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니 매우 암담했다. 조직 검사할 때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조금 아프고 서럽기도 하지만, 오늘 이렇게까지 진행될 줄 몰랐는데 상황이 심각해지니 무섭기도 했던 것 같다.
검사를 마치고 압박 붕대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원래 오늘의 계획대로 오기랑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보기로 했기 때문에(이미 예약도 했기 때문에) CGV로 갔다.
사실 많이 아프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았다...
CGV 씨네앤포레 영화관을 예매했는데 그냥 일반 좌석이 나을뻔했다. 빈백이 너무 편안하게 눕혀져서 그 자세가 오히려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22.04.18. (월)
결과를 들으러 오후 반차를 쓰고 오기랑 병원을 갔다.
지난 주말 동안 여러 가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암이라는 사실(생각했던 최악의 상황 중 가장 최악)을 들으니 믿기지 않았다.
차로 돌아와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오기랑 집으로 돌아왔다. 정신없는 하루였다.
엄마, 아빠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광교로 오셨고 얼굴 보고 가셨다.
어제는 두 분이서 화성 쪽에 데이트 갔다가 내가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니깐 가볍게 얼굴 보고 가셨는데, 오늘은 어제와 180도 다른 분위기... 그렇지만 우리 모두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당장 유방암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없기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웃음기는 없어졌지만 엄마, 아빠는 차근차근 병원이나 회사, 오피스텔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고 다른 걱정은 하지 말라면서 힘을 주고 가셨다.
친구들 도움으로 4/22 (금) 일정으로 분당서울대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22.04.22. (금)
지난 월요일부터 한 주 동안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정말..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내가 진짜 유방암에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눈을 뜨자마자 온몸을 뜨겁게 지배해왔다.
오후 반차를 쓰고 분당서울대병원에가서 진료를 받았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고(암이 어디까지 전이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해서), 다음 주 화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서 검사가 예약되었다. 오늘 받을 수 있는 검사로 소변, 혈액, 심전도 검사를 마쳤다. 피를 몇 통이나 뽑았는지 모르겠다.
22.04.24. (일)
머리를 잘랐다. 뭐랄까.. 머리 감고 말리는 시간도 줄일 겸 어차피 겪을 탈모를 대비해(이미 서치란 서치는 다 한 상태)...
원래 내 머리스타일은 긴 생머리였는데 묶일 정도의 중단발로 가볍게 잘랐다. 약간 허쉬 컷 느낌도 나서 맘에 들었다. ㅎ
22.04.26. (화)
유방검사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디지털 유방 단층촬영. 이건 1차 병원에서 한번 경험해본 유방촬영술보다 더더 아팠다.. 누워서 받는데, 프레스기로 가슴을 밀어버린다.
(마치 길바닥 시멘트 바르고 나서 다지는 프레스기로 쫘아악 누르는 느낌으로..)
유방검사 종류만 3가지 정도 하고, MRI, CT(2가지) 찍고 끝이 났다. CT 1가지와 MRI는 조영제를 맞아야 했는데, 조영제 맞는 정밀검사는 처음 받아봤다. 똥꼬가 불탄다는 후기를 들었는데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오후에는 산부인과 첫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오늘부터 가임기 보존치료에 들어가기로 했다. 난생 처음 질초음파를 받았다. 너무 긴장했는데 안 아프게 잘 진행해주셨다. 그리고 선생님도 너무 친절쓰.. 이때까지 만난 의료인 분들 모두 친절하셨던 것 같다. 암 걸린 것도 억울한데 불친절한 사람들과 긴 치료를 함께해나가야 한다면 진짜 슬플 것 같다. 다행히 모든 의료인과 직원들이 친절해서 마음이 놓였다.
직접 자가주사로 놓아야 하는 고날에프펜 주사를 처방받아 원내약국에서 픽업했고, 엄청나게 비싼 경구약 페마라도 처방받아 원외 약국에서 샀다.
그동안 찾아본 난자 동결 준비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자가주사가 무섭다고 했더니(나는야 🐶쫄보), 생각보다 매우 별거 아니라면서 다음 진료 때 만나면 '나 이렇게 잘 놨어요' 하고 자랑(?)할 것이라고 하셨다.
매일 300IU씩 배꼽부터 피하지방이 두터운 아랫배 부근에 주사를 놓는다.
너무 우울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와 함께 심호흡 후 처음 경험한 자가주사는 정말 별거 아니었다. 자가주사 놓는 법 교육 동영상을 몇 번이나 봤고 주사를 놓을 때도 틀어놓으면서 했는데 정말 수월했고, 아픈 것도 없었다.
자신감 뿌이뿌이뿌이↗
22.04.30. (토)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기분전환 겸 상콤한 노란색 셔츠를 입으니 기부니 좋았다.
이렇게 모든 정밀검사는 끝이 났다. 휴~ 이렇게 첫 번째 미션 완료!
이번 주 일주일은 다른 일주일과 다르게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다.
하루가 두세배는 길어진 느낌.
앞으로 잘 검사받고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겠지..! 있을꺼야! 있어!